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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양을 향한 항해…바다, 5년만에 단독 콘서트

1997년 걸 그룹 S.E.S.로 데뷔한 바다는 인생의 크고 작은 파도를 넘어 서른다섯이 됐다. 데뷔 18년 차, 5년 만의 단독 콘서트 ‘디 오션’으로 돌아온 그녀는 무수한 고민의 시간과 경험으로 촘촘하게 짜인 돛을 달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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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저를 초능력 가진 사람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계세요.”


주문한 아이스 카페라테에 시럽을 듬뿍 넣으며 그녀가 말했다. 날아갈 듯 경쾌한 웃음소리. 언제나 긍정적인 기운이 넘치는 그녀는 이제 독심술까지 쓰나 보다. 무대에만 오르면 혼이 나간 듯 다른 사람이 돼버리는 그녀를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을 했다.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특별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고. 온갖 ‘기’와 ‘끼’가 경쟁하는 연예계에서 단연 우위를 차지하는 이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이다. 그런 면에서 그녀는 크나큰 축복을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한 가창력과 무대를 장악하는 카리스마는 1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그녀를 가요계 ‘디바’로 우뚝 세웠고, 그 지위는 무대를 막론하고 그녀에게 따라붙었다.

 

한동안 뮤지컬 무대를 누비던 그녀가 단독 콘서트 ‘디 오션’으로 돌아왔다. 인터뷰를 위해 마주한 그녀는 이제 막 연료를 집어삼킨 엔진처럼 에너지가 넘쳤고 당장이라도 달려나갈 준비가 돼 있었다. 스스로에게 솔직했고 누구보다 확신에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기자는, 지금의 가수 바다를 만든 건 타고난 재능이 아닌 치열한 노력과 지독하리만큼 끈질긴 의지였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돌 1세대 S.E.S.의 리드 보컬 바다에서 솔로 뮤지션으로, 뮤지컬 배우 최성희를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디 오션’에는 근성과 의지로 버텨온 그녀의 시간들이 담겨 있다. 바다는 더 넓은 대양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지난 ‘바라콘(바다의 라이브 콘서트)’ 이후로 5년 만의 단독 콘서트예요. 셀린 디온의 라스베이거스 쇼 같을 거라고 소문이 났어요. 하하. 그 정도까지는 아니에요. 오랜만에 팬들과 만나는 자리이기도 하고, 또 제 공연이 워낙 에너지가 많다 보니 기대를 하시는 것 같아요. 공연 중간중간 현대무용도 등장하고, 다양하게 준비하고 있어요. 그런데 제일 중요한 건 메시지예요. 제가 ‘드림메이커’가 돼서 관객들을 만나거든요. 색다른 콘서트가 될 거예요.

 

단순히 노래만 하는 콘서트가 아니라고요. 이번 콘서트의 재료가 ‘우리들의 고민’이에요. SNS을 통해 다양한 고민 사연을 받고 있어요. 누구나 고민을 갖고 살아가잖아요. 그 고민에 발목을 잡히느냐, 딛고 일어나느냐에 대한 이야기를 할 거예요. 한껏 즐기고 잊어버리는 공연이 아닌, 서로의 고민을 꺼내놓고 상처를 치유해가는 자리를 마련해볼까 해요. 실패에 대해 얘기하고 다시금 도전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고 싶어요. “너도 그렇구나. 사실 나도 그래” 하면서요. 당장 내일부터 적용해볼 수 있는 이야기를 노래와 함께 들려드릴 예정이에요.

 

이런 공연을 생각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제가 일생을 고민하며 산 사람이에요(웃음). 데뷔 전에는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고민했고, 아이돌과 솔로 활동을 하며, 또 뮤지컬 배우로 무대에 오르며 18년 동안 한시도 고민을 멈춘 적이 없어요. 그러다 보니 여기까지 왔더라고요. 꿈을 현실적으로 이루며 살고 있는 저도 이런데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고민과 두려움을 안고 살아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시간을 지나온 사람으로서, 또 상처를 돌봐본 사람으로서 지금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어요.

 

다른 사람의 패를 보기 위해선 우선 내 패부터 내보여야 하잖아요. 저는 정말 솔직한 심정과 경험들을 다 털어놓을 생각이에요. 이보다 더 솔직할 순 없어요(웃음). 이번 공연을 준비하며 저도 그동안의 실패와 도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고 정리하게 됐어요. 떨리더라고요. 스스로의 실패를 얘기하고 인정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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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으로서 스스로의 실패와 상처를 꺼내놓는 것 자체가 용감한 일인 것 같아요. 고민을 떨쳐버리려고 하는 것 자체도 용감한 행위예요. 상처와 번민 그런 것들이 우리의 삶을 어둡게 하거든요. 안 좋은 감정은 자신이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있기에 계속 거기에 있는 거예요. 스스로 열 번이고 백 번이고 고집스럽게 떨쳐내야 해요. 상처도 약을 자주 발라주고 관심을 가져주고 자꾸 들여다봐야 낫잖아요. 고민과 상처를 사람들과 나눈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도 제 안에 있던 어두운 기운을 떨쳐내는 기회가 되는 것 같아요.

 

사실 바다는 고민이나 실패, 이런 단어와 쉽게 연결되지 않는 사람이에요. 언제나 밝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이 떠오르거든요. 그런 말씀을 많이 하세요. 10대 시절 S.E.S.로 데뷔해 많은 사랑을 받았고 그 뒤에도 대중의 환호와 갈채 속에서 무대에 서왔으니까요.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모습 뒤로 남모를 고민이 많았어요. 한창 S.E.S.로 정상에 있을 때는 매일같이 악몽을 꿨어요. 전쟁 나는 꿈, 제가 북파 공작원이 돼서 강을 건너는 꿈도 꿨었어요. 현실의 스트레스가 꿈에 나타났던 것 같아요.

 

정상의 위치를 지켜야 한다는 압박감이었을까요? 제가 10년 동안 일기를 썼는데 항상 해왔던 고민이 ‘앞으로도 잘 살 수 있을까?’였어요. 매 순간 그런 압박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누구보다 미래에 대한 고민이 컸고 원하는 만큼 이루지 못했다는 상처가 컸죠.

 

1세대 아이돌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 뮤지컬 배우로도 성공적인 활동을 하고 있어요. 솔로 활동도 꾸준히 해왔고요. 어떤 점에서 실패감이 느껴지던가요?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저에게 확실하게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 S.E.S.밖에 없었어요. 이후 솔로 활동은 모두 실패라고 생각했어요. 모든 운이 저에게 등을 돌린 것 같은 기분. 그래서 힘들었죠.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 성공과 실패를 떠나 도전이었더라고요. 그걸 깨닫고 나니 앞으로도 계속 도전할 용기가 생겼어요. 물론 지금도 미래에 대한 불안이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전보다는 많이 줄었어요. 막연한 불안감에 에너지를 뺏기지 않게 됐죠. 열번 도전해 한번 성공했을지라도, 그 경험이 의지가 되고 미래를 만들더라고요. 실패는 엄청난 자산이 돼요.

 

성공과 실패를 떠난 도전이라, 그렇게 생각을 바꿀 수 있었던 힘이 궁금해요. 실패 노트를 썼어요. 잔인한 것 같지만 생각을 바꾸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무엇이 잘못됐는지,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다 보니 앞으로 갈 길이 보이더라고요. 실패를 인정하기까지는 어렵지만 인정하고 나면 미래가 보여요.

 

실패는 버려지는 패가 아니군요. 앞으로 풀어갈 실마리를 제공하는 패예요. 만약 제가 계속 성공만 했다면 이런 콘서트를 할 수 없었을 거예요. 나 멋있지? 나 대단하지? 자랑하는 콘서트가 아니라 바다가 어떻게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콘서트가 될 거예요. 단순히 사연만 읽고 위로하는 게 아니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실질적인 솔루션을 주고 싶어요. ‘내게 어떤 기회가 있을까’ 자기 자신을 의심하는 사람, 인생에 지쳐 살아갈 힘을 잃어버린 사람, 이런 분들이 오셔서 제가 전해드리는 솔루션을 들어보시고 힘을 얻어 가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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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을 깨고 본질로 돌아가다
한동안 뮤지컬 배우로 바쁜 시간을 보냈어요. 바로 지난달까지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전국 투어를 했고요. 이번 공연을 두고 “바다가 가수로 돌아왔다”라고 하는데, 지금 이 시기가 된 이유가 있을까요?
가수로서는 5년 만의 컴백이에요. 저에게는 그 5년이라는 시간이 딱 적당한 그리움인 것 같아요. 저는 그리움에도 완벽한 그리움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그리움 때문에 처절하게 망가지고 상처 난 것이 아닌, 충분히 그 안에서 아름다울 수 있는 시간이 5년인 것 같아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다시 가수의 자리로 돌아오게 된 거예요. 5년 동안 뮤지컬 하면서, 또 솔로 앨범 활동하면서 배우고 쌓아온 것들을 보여드릴 생각이에요.

 

지난 연말 ‘무한도전-토토가’의 열풍이 대단했어요. 그 중심에 있던 가수로서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아요. 사실 이번 콘서트가 S.E.S. 리더로서 컴백의 의미도 있어요. 기존에 부르지 않았던 S.E.S.의 노래도 들으실 수 있을 거예요. 사실 그동안 S.E.S. 시절 노래를 거의 부르지 않았어요. 슈와 유진이 없이 혼자 부르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했는데, 문득 ‘그 룰은 누가 정했지?’ 싶더라고요. 듣는 사람들이 추억할 수 있고 누구나 들어서 즐거워할 수 있는 곡이라면 부르지 않을 이유가 없잖아요. 저를 가둬놨던 관념을 없애고 자유로워졌죠.

 

어떤 곡인지 궁금한데요. 아직은 비밀이에요. 아마 슈와 유진이가 관객석에 앉아 있다면 당장이라도 무대로 뛰어올라오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생각해보니 그동안 저도 모르게 여러 가지 룰 속에 스스로를 가둬두었더라고요. 본질로 돌아왔다고 해야 할까요. 보컬로서, 가수, 아티스트 바다로 돌아온 것이 가장 큰 의미예요.

 

대중의 시선 속에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틀을 깬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요. 전 무대 위에 올라가면 제가 아니에요. 가끔은 제가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나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여기서 이렇게 하면 남들이 이상하게 볼까?’, ‘내가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닐까?’ 이런 눈치를 보고 있더라고요. 그런 틀에 갇혀 10년을 살아왔어요. 그걸 ‘불후의 명곡’에 출연하면서 깼어요. 그땐 정말 제가 잃을 게 없다고 생각했어요. 무대 하나하나에 제 모든 걸 쏟아 부으며 ‘그래, 난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는 걸 깨달았죠. 정말 저를 던지며 노래 불렀어요. 용감해지지 않으면 부숴낼 수가 없더라고요.

 

스스로를 던질 만큼 절박했던 건가요? 절박하지 않은 순간이 없었어요. 아이돌로서의 생명력은 10년이면 끝나요. 더 이상 외모로 먹고 살 수 없어요. 언제까지 22인치 허리를 유지할 수 있겠어요. 이제 실력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나는 뭘 보여줘야 하지? 그런 고민과 불안감에 끊임없이 스스로를 채찍질해왔어요. 그렇게 10년을 빼곡히 하루도 쉬지 않았죠. 저는 지금 당장 죽는다 해도 후회가 없어요. 그만큼 열심히 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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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노력이 부침 많은 연예계에서 18년 동안 ‘디바’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이군요.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의 평가를 받는 일이잖아요. 저 역시 그랬고요.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들었겠어요. 스스로의 주관이 없었다면 버틸 수 없었을 거예요. 저는 제가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잘 알아요. 대신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어요. 가끔 저를 초능력이 있는 사람처럼 생각하는 분들이 계세요. ‘무대 위에서 어떻게 저러지?’ 하면서요(웃음). ‘낫띵’이에요. 무대 위에서는 저 하나밖에 없어요. 그렇기에 저를 던져 노래할 뿐이에요.

 

어느덧 30대 중반이 됐어요. 예전과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 뭔가요? 예전에는 남들 신경을 많이 썼어요. 지금은 스스로에게 더 집중하게 됐어요. 내가 원하는 게 뭘까, 내가 어디까지 열심히 할 수 있을까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최선을 다하는 것과 욕심의 경계를 지키는 것도 생각하게 되고요. 사실 고민은 매일매일 무척 많아요. 머리가 어지러울 때마다 정말 중요한 것에 집중하려고 노력해요.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을 해야지. 정신 차리자 하고 스스로를 환기시키죠.

 

그렇다면 현재 가장 집중하고 있는 것은? 콘서트요. 그리고 앨범 녹음을 앞두고 연습 중이에요. 올여름 발매를 목표로요. 망하더라도 앨범은 계속 낼 거예요(웃음).

 

바다에게 음악은 뭔가요? 제 길이요. 살면서 정말 힘든 순간들이 있잖아요. 일어날 힘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을 때 음악이 저를 일으켜 세워줬어요. 그럴 때마다 ‘아, 이게 내 길이다’라고 생각했죠. 음악이 제게 힘이 됐듯 다른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인생을 변화시켜줄 수 있다고 믿어요. 이번 콘서트 역시 그 과정 중 하나고요. 제가 이번 콘서트를 부르는 이름이 있는데 ‘인바콘’이에요. 인생을 바꾸는 콘서트.

 

데뷔 18년 차예요. ‘조상님’이라고 불리는 아이돌 1세대인데 부담은 없어요? 아이돌 1세대에 심지어 1호 보컬이에요. 아이돌로서 뮤지컬에도 처음 도전을 했고요. 그렇다 보니 앞으로도 길을 잘 만들어가야 한다는 기분 좋은 책임감이 있어요. 선배이자 동료로서, 음악이라는 중심을 가지고 언제나 진행형인 가수가 되고 싶어요.

 

앞으로 바다의 인생은 어디를 향해 갈까요?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인생의 길을 잃은 사람에게 당장 내일 할 일을 제안해주고 음악과 이야기를 통해 조금이나마 힘을 보탤 수 있는, ‘실용 디바’라고 할까요? 누구에게나 기분 좋은 에너지를 줄 수 있는 가수, 그리고 ‘도전하면 안 되는 일이 없구나’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목표예요.

 

글 노정연 기자 I 사진 제공바다컬쳐스케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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