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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아이돌에서 디바로

 

자기 그림자를 벗 삼아 춤추던 소녀 바다의 꿈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2015.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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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츠 디테일 화이트 드레스는 Jardin de Chouette, 지퍼 디테일 가죽 팬츠와 앵클부츠는  Lucky Chouette, 링은  H.R, 체인 브레이슬릿과 스카프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연예인에게 데뷔 시절의 이미지는 평생을 따라다닌다. 그만큼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데뷔하느냐는 중요하다. 바다가 S.E.S 출신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또 바다가 SM 소속이었다는 것도. 아마도 많은 사람이 여전히 그렇게, ‘SM이 키운 S.E.S 출신의 바다’라는 과거형으로 현재의 바다를 바라볼지도 모른다.

 

“스물네 살에 S.E.S의 계약이 끝났어요. 고민을 많이 했죠. SM에 남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뭐랄까, SM 소속이라는 건 부자 아빠 밑에서 사는 거죠. 남아 있는 게 편했을 수도 있어요. 그러나 어쩌면 그래서 SM을 나왔는지도 몰라요.”

 

평생 아이돌일 수는 없다. 자기를 찾기 위해 과거를 버려야 했다. 갓 피어난 꽃 같은 스물넷의 나이에, 바다는 화려했던 과거와의 결별을 택했다. 

 

“섹시 디바의 설정을 잡은 건 저 자신이었어요. 여자가수인데 여성미가 없으면 안 된다고 본능적으로 생각했거든요. 셀프 디바 시절에는 개인, 저로서 성장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셀프 디바? 처음 듣는 단어 조합이라 그게 뭐냐고 물어봤다.

 

“과거를 가지고 연명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어요. 새롭게 투사하여 새로운 나를 얻고자 했던 거죠. 그 시절을 ‘셀프 디바’의 시기라 얘기하고 싶어요. 스스로 디바가 돼가는 과정. 진짜 디바가 되기 전의 과정인 거죠.”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껍질을 깨고 어른이 되는 <데미안>의 징클레어처럼, 바다는 S.E.S의 명성을 벗어 던져야 했다. 진정한 여가수에게 붙여지는 칭호인 디바가 되기 위해 스스로를 단련시켰다. 몇 단계의 ‘고치’가 필요했다.

 

“10년 걸렸어요. 예전의 저를 누에고치처럼 탈피해야 하는 거죠. SM을 나오고 나니 내가 내 의지로 서 있어야 하는 시기가 시작됐죠. 그 의지 하나로 저는 자존심을 지켜나갔어요.”

 

10년간의 피땀 어린 노력과 열정을 통해 비로소 아이돌, 섹시 등의 꼬리표를 뗀 진정한 디바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사실 다른 선택은 있을 수 없었다. 춤과 노래는 그녀가 가진 모든 것이기 때문에. 이 길만이 어려서부터 추구하던 유일한 인생이었다.

 

“이수만 선생님이 너는 어디서 트레이닝했니? 하고 물으시곤 했어요. 사실 저는, 그냥, 혼자 연습했어요. 인천 소래포구 가까운 도두머리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죠. 당시는 그곳이 완전 시골이었어요. 공기가 좋으면 달밤이 짙거든요. 저는 제 달그림자를 보면서 항상 춤추고 노래했어요. 달그림자에 비춰보면 내 몸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어요. 어릴 때 저는 그 너울거리는 선을 보면서 아, 내 몸의 선이 어쩌면 이렇게 멋질까’ 막 그러면서(웃음), 혼자 춤추고 노래했어요. 함박눈이 내리는 겨울에도 쉬지 않았죠. 그게 한 9년 정도 돼요.”

 

놀라웠다. 9년 동안 자신의 그림자를 보며 연습하다니. 이처럼 로맨틱하고, 외롭고, 쓸쓸하지만 달콤한 연습과정은 만나보기 드물다.

 

“저는 아주 어려서부터 이런 꿈을 꾼 것 같아요. 저를 가지고 실험해나갔어요. 어차피 내가 날 가지고 살 거니까.”

 

그렇게 스스로 연습하고, 스스로 다짐하며 살았다.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 속에서 무너지지 않기 위한 절박한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어린 바다를 덮친 현실의 불행은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지만, 오히려 그녀는 황홀한 그림자 속에서 미래를 꿈꿨다. 

 

“8~9년 동안 성당에서 살았어요. 집에 비가 너무 새니까 동네 어른들이 성당으로 들어오라고 한 거예요. 열 살 때부터인가? 중학교 가기 조금 전부터 데뷔하기 전까지 저는 계속 거기 살았어요.”

 

유복한 환경에서 지내다가 아버지의 병환이 악화되면서 갑자기 모든 게 바뀌었지만 바다는 슬픔에 빠져 있지만은 않았다. 

 

“집에서 15분만 가면 바닷가인데, 저희 집 근처는 다 과수원이었어요. 포도와 복숭아로 가득 채워진 유년 시절. 그래서 제가 피부가 좋아요.(웃음) 사실 정서적으로는 너무 행복했어요. 아빠 아프신 것만 빼고요. 아프신 것도 실은 그렇게 와 닿지는 않았었던 거 같아요. 지천에 널린 게 과일이고. 너무 행복한 시절이었어요.”


꿈은 사람을 결코 죽이지 않는다. 살 희망을 품게 만든다. 아무리 어려워도, 꿈꾸는 소녀에게 적막한 달그림자는 오히려 로맨틱한 환상의 공간이었다. 안양예고를 다니던 시절에는 연기자가 되기를 희망했지만, 기회가 생겨 오디션을 봤고, S.E.S를 만들게 되었다. 연기든 노래든 상관없었다. 그림자 소녀의 꿈속에서 노래하고 춤추고 연기하는 것은 숙명이었고, 바다의 피에 흐르는 끼의 종합적 발현 과정이었다. 
 
"꿈은 사람을 결코 죽이지 않는다. 살 희망을 품게 만든다.
아무리 어려워도, 꿈꾸는 소녀에게 적막한 달그림자는 오히려 로맨틱한 환상의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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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톱은 H&M, 지퍼 디테일 가죽 팬츠는 Lucky Chouette, 링은 H.R, 체인 브레이슬릿과 이어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바다는 최근 들어 드디어 셀프 디바의 누에고치를 벗어던졌다. 2015년에 드디어 기억에 남는 멋진 단독 공연을 했다.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디 오션 The Ocean>이다. 

 

“아, 공연 때 너무 좋았어요. 5년 만에 가진 특별한 단독 콘서트였어요. 잠실체육관 좌석이 8000석인데, 제 이름 걸고 꽉 채운 공연은 처음 해봤어요. S.E.S로는 1만 명 넘게도 해봤지만, 뿌듯했어요. 확실히 <불후의 명곡>, <토토가> 같은 프로그램에 나오고 나서 팬층이 정 말 많이 넓어졌어요. 딸들도 좋아하고 엄마들도 좋아하시니까. 이번 공연 때 진짜 저의 노래였던 ‘Dreams come true’를 실감했어요..”

 

바다는 유독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할 때 더 신이 난다. 바다만이 겪은 어린 시절. 바다만이 들은 소리들. 디바에게는 늘 자기만의 스토리가 있다.

 

“저희 집 바로 옆에 소나무 숲이 있었는데 누워 있으면 미세한 소리, 그 솔나무, 솔가지들이 바람 불면서 떨어지는 그런 소리. 바닷가에서 들려오는 소리. 그런 것들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잘 몰라요, 그 소리를. 도토리가 톡 하고 떨어지는 소리. 그런 게 있어요. 그런 자연의 소리를 듣고 자랐죠.”

 

남다른 과거와 자신만의 꿈이 있던 바다. 디바로서 아직 완성됐다고 할 수는 없다. 음악적으로 더욱 성숙해야 할  미래가 남아 있다. 자기 그림자를 벗 삼아 춤추던 소녀 바다의 꿈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초롱초롱 빛나는 눈빛으로 바다는 어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스스로에게 이렇게 다짐한다. 

 

“저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나는 다르게 자랐으니까 다르게 사는 것도 괜찮아.”

 

그것이 바로 디바의 운명 아닐까.
  
Styling by Cho Yunehee 
Hair Lee Hyeyoung(Aveda) 
Makeup Lee Ji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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