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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를 만난 지난 12일, 다소 지친 듯 했던 그녀는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자 금세 표정과 자세를 바꿔가며 노련하게 촬영에 임했다. 컨디션 저하로 인터뷰 직전 급히 병원에 다녀왔다는 그녀는 그러나 조금도 힘든 티를 내지 않았다. 곧 개막할 연극 <스페셜 라이어>와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녀의 눈은 아이처럼 반짝였다. ‘전직 요정’다운 눈빛이었다.
 
최근 오랜만의 무대 복귀로 주목받았지만, 사실 슈는 이미 2000년대 초부터 연극 <동아비련> 일본 공연과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 등으로 여러 차례 무대에 올랐던 배우다. 연기를 향한 꿈이 간절했기에, 다시 배우로 나서기 전 그녀는 회사에서 제안한 1:1 수업을 마다하고 한참 어린 후배들과 함께 연기수업을 들었다. 자신의 실력을 냉정하게 평가받고자 하는 프로다운 자세, 그리고 지금의 위치와 관계없이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는 호기심과 도전정신이 그녀에게 여전한 아름다움과 생기를 부여해주고 있는 듯했다.
 
Q 오랜만의 무대 복귀작으로 <스페셜 라이어>를 선택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원래 평소에 연극, 뮤지컬 보는 걸 좋아해요. <라이어>는 20대 초반에 봤던 연극인데, 일단 되게 재미있었어요. 근데 이 연극의 내용이 결혼한 사람들의 이야기잖아요. 제가 결혼을 하고 나서 다시 대본을 보니 그때보다 훨씬 와 닿았고, 극중 내용이 더 현실처럼 느껴지더라고요.
 
Q 배우들 간의 호흡이 중요한 극인데, 어려웠던 점은 없나요.
우리 배우들이 다 각자 바빠서 연습실에 모두 모이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그날그날 상대 배우가 달라지는데, 그래서 더 재미있는 부분들이 있어요. 순간 순간 어떤 스파크가 튈지, 상대가 어떻게 내 대사를 받아들일지 모르거든요. 대본만 봐도 워낙 재미있는 작품인데 거기에 각자가 가진 개성과 에너지를 쏟다 보니 더 재미있죠.
 
사실 배우 입장에서는 힘든 작품이에요. 처음부터 끝까지 조명도 안 바뀌고, 그 자리에서 두 시간 이상 연기만으로 극을 이끌어가야 하니까요. 근데 그만큼 관객 분들은 굉장히 재미있으실 거에요. 아무 생각 없이 보면서 깔깔깔 웃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Q 극중 연기하시는 메리 스미스가 실제 본인의 모습과 닮은 부분들도 있나요?
네. 저랑 메리 스미스가 잘 맞는 것 같아요. 그래서 섭외도 해주신 것 같고요. 제가 생각하는 메리 스미스는 되게 단순한 사람이에요. 단순하고, 엉뚱하고, 착하고, 남편을 사랑하고 오로지 그 하나밖에 모르는 여자죠.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의심없이 스펀지처럼 받아들이고, 애교 있고. 그런 면들이 저랑도 조금 비슷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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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육아와 연습을 병행하느라 체력적으로도 부담이 클 것 같아요. 
처음에 연습 시작하고 연출님이 1주일 안에 대본을 떼라고 하셔서, 다들 ‘멘붕’이 왔어요. 1주일 동안 거의 잠을 못 잤죠. 전 아무래도 가수 출신이라 그런지 눈으로 보는 것보다 듣는 게 편해서, 대본을 녹음한 다음에 그걸 하루 종일 들었어요. 집안일 하면서 듣고, 잘 때도 이어폰 끼고 자고.
 
요즘은 거의 하루 12시간씩 연습을 하고 있어요. 다른 분들이 저보고 에너지가 진짜 많다고 하는데, 연습실에서 내내 긴장하고 있다가 집에 오면 완전 녹초가 되는 거죠(웃음). 힘든 부분들이 있지만 저 자신을 위해서 하고 싶었던 일이니까 즐거움이 더 커요. 정말 오랜만에 배우로서 무대에 서는 거라서, 요즘 컨디션이 좀 안 따라줘도 연습실에 있을 때는 완전 초집중하고 있어요.
 
Q 지난 연말 S.E.S. 콘서트 때 재치 있는 멘트를 많이 하셨다고 들었어요. 연습하면서 만드신 애드립 같은 것도 있나요?
저는 사실 말이 많지 않아요. 근데 제 생각을 그대로 얘기하면 사람들이 빵 터지더라고요. 왜 웃는지는 모르겠어요. 제가 웃기려고 한 얘기도 아니거든요. 제가 얼마 전에 며칠 쉬다가 링겔을 꽂고 연습실에 갔어요. 그랬더니 사람들이 저보고 ‘수영아 네가 없으니까 웃음이 안 터지더라, 재미가 없더라’ 하시는 거에요. 저도 모르게 제가 웃긴 사람이 돼 있었나 봐요. 손담비 씨도 ‘언니가 하면 왜 그렇게 웃기지?’하고(웃음).

 

그런데 연습할 때는 애드립을 하지 않아요. 지금은 애드립으로 승부하면 안 될 것 같아요. 대본을 있는 그대로 충실히 따라가면서 웃음을 줄 수 있는 부분을 찾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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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언제부터 하셨나요. 
원래 가수 데뷔 전부터 배우가 꿈이었어요. MTM 연기학원 34기 출신이에요(웃음). 중학교 3학년 때 MTM에 들어갔고, 다른 회사에서 연기자로 트레이닝 받다가 SM에 들어가서 어쩌다 가수로 데뷔하게 됐죠. 그러다가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어서 캐리어 하나 들고 일본에 가서 연극에 출연했어요 S.E.S.의 슈가 아니라 그냥 평범한 배우로서 지하철 타고 연습실 다니고, 연습실에서 배우 대 배우로 냉정한 평가를 받고, 그런 게 좋았어요. 가수로 활동할 때는 그냥 주어지는 것을 했다면, 거기선 내가 스스로 노력해서 성과를 내고 발전해가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Q 2012년 새 소속사에 들어가신 후에 1:1연기수업을 거절하고 연기자 지망생들이 다니는 학원에 등록해서 다니셨다고 들었어요. 이미 데뷔한 배우로서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 같은데,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신 건가요? 
다른 사람들이 연기하는 모습도 많이 관찰하고 싶었고, 그 안에서 나의 무엇이 좋고 나쁜지를 확인해보고 싶었어요. 그 친구들한테 평가도 받고 싶었고. 마치 연기를 처음 하는 것처럼, 학교 다니는 것처럼 배우고 싶었어요.

 

제 몸이 한동안 쉬었잖아요. 그래서 감을 잃은 것 같다고 느꼈어요. 계속 감을 유지하고 표현해야 그 다음 걸 받아들일 수 있는데, 정체돼 있다가 새로 연기를 하려고 하니 두려움도 있었고요. 앞으로 꾸준히 공연도 하고 싶고, 드라마든 영화든 연기를 오랫동안 하고 싶은 만큼 기초부터 다시 탄탄히 쌓아두고 싶었죠.
 
Q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망설이지 않고 그냥 바로 하시는 편인가 봐요. 
네. 저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그냥 해요. 그래서 회사에서도 절 무서워해요(웃음). 근데 전 표현하는 사람이니까, 뭐든 느끼는 게 있어야지 표현을 할 수 있잖아요. S.E.S.로 활동할 때도 그런 것 때문에 항상 좀 우울함이 있었어요. 내가 느끼는 것이 있고, 세상도 좀 알아야 그걸 표현을 할 텐데 그런 것 없이 계속 주어진 일을 해야 했으니까요. 이 가사가 나한테 잘 와 닿지 않는데 녹음을 해야 하는 거죠.
 
전 어렸을 때 워낙 개방적인 환경에서 자랐고, 항상 호기심이 많았어요. 지금도 그렇게 애들을 키워요. 저희 집엔 규칙이 없어요. TV는 주말에만 본다는 것 외에는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책을 본다든가 하는 규칙이 전혀 없어요. 그냥 애들이 하고 싶은 걸 하게 둬요.
 
저는 마음 먹으면 바로 실천해요. 어떻게 보면 성격이 급한 것일 수도 있는데, 마음 먹을 때 하지 않으면 잊어버릴 것 같거든요. 지금도 심심하면 혼자 도매상 가서 액세서리 같은 거 사고 구경하고 만들고, 그림도 그리고 그래요. 살면서 좋든 나쁘든 다 경험을 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항상 시간이 너무 아까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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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앞으로 또 도전해보고 싶은 영역이 있다면요.
‘외계인 크루’라고, 우리끼리 서로 외계인 같다고 이름 붙인 크루가 있어요. 배우 조달환 씨, 안무가 김설진 씨, 타투하는 친구도 있고 사진 찍는 친구도 있어요. 각자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결국 뭐든 표현해야 하는 사람들이라는 면에서는 똑같아요. 그 친구들이랑 얘기하다 보면 하고 싶은 것들이 굉장히 많아져요. 돈과 관계없이 그냥 순수하게 작은 공간을 빌려서 우리가 하고 싶은 거 해보자, 그렇게 이야기 해놓고 바빠서 하지 못한 것들이 정말 많아요. 일본에도 그런 친구들이 있고요. 앞으로 그런 것들도 하나씩 하고 싶고, 그림도 계속 그리고 싶고, 나중에 전시도 하고 싶어요.
 
Q 세 아이의 엄마로서 집에서 챙겨야 할 것들도 많을 텐데, 자신만의 체력 관리 비법 같은 게 있나요? 
일단 정신이 맑아야 해요. 그러기 위해선 내 시간이 있어야 해요. 작은 취미가 됐든 무엇이든, 내가 즐거움이 있어야 모든 일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저는 엄마가 항상 애들 곁에 있다고 해서 꼭 좋은 것 같지는 않아요. 너무 많은 사랑과 관심이 오히려 아이를 숨막히게 할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제 일을 하면서 즐거워야 아이들한테도 좋은 영향이 가고, 또 그 시간에 아이들도 자유로워질 수도 있고, 오히려 그게 더 큰 사랑이 될 수도 있고요. 저도 그렇게 자랐거든요. 아이들에게 엄마가 엄마 일을 멋있게 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Q 아이들에게 연극 연습하는 모습도 보여주시나요?  
보여주죠. 애들도 (대사를) 외워요. 저번 S.E.S. 콘서트 때도 아이들 앞에서 노래 연습, 춤 연습을 했는데 아이들이 어느새 타이틀곡을 다 외워서 부르고 있더라고요. 몇 번 안 틀어줬는데도 금방 외워요. ‘나중에 엄마처럼 구두 신고 출 거야’하고(웃음).
 
Q <스페셜 라이어> 개막이 얼마 남지 않았네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사실 연기자가 되려고 지금 이 회사에 들어왔는데, 갑자기 <오 마이 베이비>에 출연하게 되면서 애들과 광고도 찍고, 방향이 좀 달라졌어요. 그러다 3년 만에 드디어 연기를 하게 된 거에요. 이제는 지금까지의 방향에서 좀 벗어나서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어요.
 
이번 공연은…냉정한 판단이 필요한 것 같아요. 평소 연극을 굉장히 좋아하시는 분들, 마니아 분들도 보러 오실 텐데 아무래도 부족한 부분이 있을 거에요. 근데 그냥 우리가 무대 위에서 이야기하는 것들에 같이 한번 빠져 보셨으면 좋겠어요. 공연을 보시는 그 하루는 즐거운 하루였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에 대한 평가는 또 냉정하게 해주시면 좋겠고요. 그래야 저도 발전할 수 있을 테니까요.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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