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

- 그나마 음반 배급사였던 VAP이 日本テレビ 계열이었던 덕에 꼭두새벽에 하는 이런 프로그램에라도 출연할 수 있었겠지만, 초반 화제성에 비해 언론 노출 빈도가 현저히 떨어지다 보니 그나마 있던 관심조차 금방 식어버리게 됩니다. 제일 중요한 시기에 제대로 된 프로모션 한 번 못 가지다니... 일단 음반 배급사가 삼류라 제대로 된 홍보 자체가 불가능하긴 했습니다만. 방송시간 새벽 1:45~2:15. [めぐりあう世界]

- PV의 의상으로 출연, 게스트 퍼포먼스 및 간단한 토크. 'めぐりあう世界'의 코디는 굉장히 시원한데 비해 우리나라 날씨는 추웠던지라, 어쩐지 무대가 넓으면 넓을수록(게다가 우리나라처럼 백댄서도 없으니) 황량해 보인다는 느낌입니다. [めぐりあう世界]

- 11일, 12일 이틀간 2집 타이틀곡 'Dreams come true' 뮤직비디오를 촬영합니다. S.E.S가 미래 세계로 날아가 암흑 속에 사로잡혀 있는 세계를 밝게 만든다는 내용으로, 애니메이션과 컴퓨터 그래픽을 총동원하여 첨단 SF 영상을 선보일 계획이었다고 하네요. 사진은 11월 4일에 촬영한 녹음실 현장 사진.  

- 심사위원으로 TRF의 SAM이 출연했습니다.

- 배우 겸 가수 비토 이사오(尾藤イサオ)와 함께 스즈키 아미의 'All night long', 블랙 비스킷의 'Relax', T.M.Revolution의 'Burnin' Christmas'를 메들리로 부릅니다. 비토 이사오는 수십 편의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한 배우로, 방송 출연 당시의 나이가 무려 55세인데 연세에 비해 에너지 넘치는 목소리를 들려주네요. 그리고 이날은 일본 내 같은 소속사였던 강수지도 함께 출연했습니다.

- 2집 컴백 고지.

- 공식적인 2집 컴백 무대로 'Shy Boy'를 리믹스 한 인트로와 타이틀곡 'Dreams come true'를 선보입니다. 원래 11월 1일에 컴백할 예정이었으나 완성도 등을 이유로 타이틀곡을 포함한 4곡을 재녹음하게 되면서 3주 정도 컴백이 미뤄졌습니다. 국내에서 쉽게 접할 수 없던 신비스러운 분위기의 유로팝을 세련되게 소화하면서 성공적인 컴백 무대를 갖습니다. 한층 파워풀해진 안무와 비음 섞인 목소리 등 1집과 확연하게 달라진 분위기에 팬들 모두 충격을 받았죠. 국내 정서와는 다른 이질적인 곡 분위기 때문에 거부감을 갖는 팬들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런 점들이 신선하게 느껴져 대히트를 하게 되었고, 새로운 사운드 소화에 성공함으로써 가창력과 성장 가능성을 갖춘 아이돌 그룹이라는 평가를 받게 됩니다. [Dreams come true]  

- 일본 문화 개방에 대한 주제를 가지고 직접 활동하면서 느낀 양국 간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유진이 R&B를 공략한다면 일본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는데, 유진 말대로 한 달 뒤 우타다 히카루 (宇多田ヒカル)가 등장하면서 일본 음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납니다. 원래 S.E.S.는 일본에서 외국인으로서 갖는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힙합 스타일의 곡을 부르길 원했지만, '한국에선 그런 것이 먹혔는지 모르지만 일본에선 어림도 없다'는 소니 측의 반대로 일본식 댄스곡을 부르게 됐다고 하죠.  

- '캠퍼스 영상가요' 단국대학교 편. S.E.S 멤버 중에서는 바다가 단대 98학번이죠. 선배로는 노사연 아줌마가 출연했습니다.

- '인기가요'에서도 컴백 무대를 갖습니다. 앨범 발매 당시 리메이크 사실이 알려지지 않아 표절 시비에 휘말리기도 했는데, 97년에 이수만이 폴란드에 머물고 있던 작곡가를 만나 판권을 사들였다고 합니다. 원곡의 노래 길이가 길고 다소 지루한 데다 곡의 절정 부문이 약했기 때문에 곡을 사 오는 과정에서 "이 노래를 S.E.S.의 분위기에 맞춰 보완할 경우 한국 작곡가 이름을 함께 올려도 되느냐"는 허락을 받아 유영진이 원곡에 새로운 멜로디와 스캣랩 등을 추가하여 공동 작곡가로 이름을 올리게 됩니다. 외국곡을 사서 국내 정서에 맞게 작업한 뒤 공동 작곡으로 발표하는 일은 일본에서 코무로 데츠야 등이 자주 하던 방식이라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처음 도입되는 방식이었습니다. [Dreams come true]  

- 요정 이미지를 전면적으로 내세운 2집 앨범이 발매됩니다. 당시 라이벌로 급부상하던 핑클과의 차별성을 두기 위해서인지 신비스럽고 세련된 컨셉을 강조하여 요정 이미지를 구축하기 시작합니다. 앨범 역시 1집보다 한층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소수의 스텝들로 제작됐던 전작과 달리 이번 앨범은 핀란드 출신의 작곡가 Risto(리스트로 아시카이넨)에게 3곡의 리메이크 판권을 사들이는 등 전반적으로 유로팝 색채를 유지하면서도 팝적인 감각으로 통일된 음악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현재 SM 엔터테인먼트에서 하고 있는 해외 작곡가와의 협업은 이 앨범에서부터 시작했다고 할 수 있죠. 1집의 성공으로 선주문만 무려 52만 장을 기록합니다.    

- 연습 중인 S.E.S.를 찾아가 2집 앨범에 관한 인터뷰를 합니다. (이때만 해도 질문이라는 게 '댁들이 일본에 간 사이에 핑클이 나와서 인기가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류였습니다만;;;) 바다의 멋들어진 '대전 블루스'와 유진, 슈의 스캣랩이 비춰졌습니다. 말 많던 스캣랩에 대해 레코딩 상태와 비슷한 라이브 퍼포먼스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방송분.

- 쇼탱에서 컴백 무대를 갖습니다. '음악캠프'에서와 동일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는데 옷을 찢는 과정에서 슈의 목에 옷핀이 1/4 가량 박히는 일이 있었다고 하네요. 원래 이 곡은 1집에 수록할 계획이었는데 데뷔 앨범부터 선보이기엔 무리라고 판단해서 2집으로 미뤘다고 합니다. 그에 따라 창법에도 많은 변화가 시도됐는데 이때부터 바다 특유의 호흡을 절제한 비음 창법이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하죠. 바다가 리드 보컬로서 전체적인 보컬 톤을 잡아야 했기 때문에 많은 고민이 있었는데, 이수만이 유럽에서 사온 CD 수십 장을 던져주고선 바다 스스로 곡에 어울리는 창법을 찾도록 시킨 건 나름 유명한 일화. [Dreams come true]  

- 일본에서 제작한 셀프캠 방영. 방송 전 안무연습, 녹음실 풍경, 사진집 촬영장면 등이 비춰졌습니다. 사진집 촬영장면때문에 신사참배 논란이 거세게 일었습니다. 이때부터 슬슬 안티들이 눈에 띄기 시작하는군요.

- 모닝구 무스메의 첫 유닛 그룹인 탄포포(タンポポ)의 'Last Kiss'를 부릅니다. 가죽 바지와 망사 소재의 배꼽을 드러내는 의상으로 입고 나름 여성적이고 성숙한 이미지를 연출했습니다. 노래가 끝난 뒤 인터뷰를 갖는데 바다와 유진이 뻘쭘해하는 게 모니터 밖까지 느껴질 정도라 제가 다 민망해지네요.

- 요정을 모티브로 한 이번 앨범 재킷 이미지를 그대로 반영한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습니다. 기획 자체는 신선했지만 뮤비의 근간을 이루는 기술적인 면이 뒷받침이 되지 못한 듯. 유진의 클레오파트라 머리를 볼 수 있는 뮤직비디오로, 멤버들 자신도 굉장히 쑥스러워하는 작품이라는 후문이 있습니다. 스캣랩 부분에 등장하는 사이버 캐릭터(?)도, 요즘 말로 한 엽기합니다. 제 생각에는 이런 걸 사족이라고 하는 듯.

- 용인 에버랜드에서 컴백 무대를 갖습니다. 이날 일본으로 출국해서 'HEY HEY HEY' 등을 녹화하고 5일 귀국합니다. 한국에서 2집을 발표하면서 일주일 단위로 양국을 오가며 활동을 병행하게 되는데, 막 2집을 발표한 S.E.S. 입장에서는 치명적인 상황이었지만 앨범 판매량은 호조를 보여 일주일 만에 33만 장을 기록하며 월간 1위를 차지합니다. 신나라 판매 차트에선 12월 둘째 주부터 2월 첫째 주까지 무려 9주 동안 주간 1위를 기록합니다. [Dreams come tr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