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취향Y] 에스이에스 (S.E.S.) 「Remember」 싱글 리뷰
에스이에스 (S.E.S) 『20th Anniversary Special Album : Remember』
음악취향Y | 2017.01.16
[김병우] 에스이에스의 복귀작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SM의 복귀작이라고 부르기에도 충분한 곡이다. 요컨대 샤이니나 에프엑스에 방점을 맞춘 일렉트로니카팝에서 (일렉트로니카를 가미한)팝발라드로 다시 돌아간 곡이라고 볼 수 있다. 기획사의 입장에선 에스이에스를 통해 자신들이 강박적인 트렌디 추구를 잠시 놓을 수 있었고, 에스이에스 입장에선 자신들이 그동안 쌓아놓았던 내공을 보다 조직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셈이다. 이런 이해과정 속에서 피어난 곡은 어느 순간 우리가 잊어버린 것이 무엇이었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긍정적으로 재평가할 여지를 만든다. 시너지 효과라는 게 원래 이런 거 아니던가. 이 곡의 성과는 바로 이런 맥락 속에서 형성된다. ★★★★
[김성환] 1세대 아이돌 걸그룹의 대표 주자였던 에스이에스가 정식으로 돌아오리라는 예감은 《무한도전 - 토토가》(2014)에서 일단 가능성이 구체화되었지만, 그 후 차근차근 더 준비가 이뤄진 후 '데뷔 20주년'이라는 확실한 명분 위에서 컴백이 확정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번 컴백 앨범을 통해 이들은 갑작스럽게 자신들을 새로운 트렌드에 굳이 맞추려 하지 않고, 그들이 한창 활동하던 당시에 한국과 일본에서 유행했던 사운드의 스펙트럼을 지혜롭게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타이틀곡인 「한 폭의 그림 (Paradise)」에서도 그렇지만, 2000년대 초반의 기억을 소환하는 이 발라드를 통해 유진, 슈, 바다는 각자의 구분된 음역대를 충실히 능숙하게 커버하면서 후렴에서는 서로의 음색을 세련되게 겹쳐낸다. 세월이 흘러 3명 모두 더 이상 10대 소녀는 아니지만, 노래로 그 때의 감성과 현재의 자신들은 계속 연장선에 있음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
[박병운] 리멤버라... 그렇다. 기억이라는 측면은 해당 음악인에게도 있겠지만, 이들의 음악에 대한 기억을 소유한 개별 청자들에게도 있지 않겠는가. 내게 에스이에스는 군 사단병원에서 누워 있다가 넥스트의 해체 인터뷰를 보고 – 그렇다. 라젠카... - 속상해서 다시 팍 드러누워 있을 때 어느샌가 다가왔다. 그 데뷔 무대엔 어떤 전복도 도전이 아닌, 그저 오롯한 이상적인 소녀상을 구현하려 한 이수만과 SM 초중반기 진입의 혼신이 서려 있었다. 그건 나쁘다 좋다의 범주를 넘어선 어떤 징그러움에 가까운 완성도였고, 결과적으로 아직도 이 경지에 도전하고자 한 후진들에겐 발견하기 힘든 광휘였다. 본작을 들어보자. 스트링이 어우러져 흰 눈이 소복소복 쌓이는 겨울 절기에 어울리기도 하고, 특정 아이돌 그룹에 대한 기억을 소환하기에도 적절한 분위기 조성의 편곡이다. 바다의 보컬은 몇몇 군데 토가 달리긴 하지만 대체불가능한 면모가 분명하다. 그럼에도 노래 속 ‘보랏빛 오로라 향기’라는 가사는 도대체 무슨 심상인지 모르겠다. ★★★
[유성은] 1세대 여성아이돌 그룹의 성숙한 귀환. 아름다운 멜로디 그리고 성장과 반가움을 한껏 품고 있는 그때 그 목소리의 조합. 따라하기 쉬운 춤과 중독성 있는 컨셉에 목숨을 거는 최근의 여성 아이돌의 조류와 확연히 다른 노선을 가는 큰 언니들의 20주년 기념 신작은 상냥한 미디움템포의 발라드 트랙이다. 건반 소리의 오프닝부터 점층적으로 쌓이는 스트링의 조화까지 마치 십수년전에 발표했다고 해도 믿을만한 과거의 충실한 재현률이다. 그 와중에도 세련되고 깔끔하게 정돈된 사운드의 정갈함은 에프엑스나 레드벨벳 등 트렌디하다 못해 전위적이기까지한 팀들을 품고 있는 SM의 원류가 어디에 있었는지를 증명해주는듯 하다. 일시적일지 계속될지 모르겠으나 스페셜한 이번 재결성에서 가장 돋보이는 점은 흔히 기대하는 바다의 오버스러운 폭발력이 배제되어 좀 더 이지리스닝할 수 있다는 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