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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쿨한 신혼 생활
이름의 의미를 생각해본 지 오래였다. 데뷔 20년 차, S.E.S.의 바다는 보통 명사처럼 20년을 바다였다. 그녀가 서울에 바다가 없다고 하잖아요. 왜 없어요 여기 있는데하며 호탕하게 웃는데, 그제야 문득 깨달았다. 여기, 서울에 이렇게 넓은 바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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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부터 요란했다. 아침 일찍부터 시작된 촬영. 여러분, 저 이제 촬영장 도착했어요~. 바다는 쩌렁쩌렁 큰 소리로 영상 통화를 하며 스튜디오에 들어섰다. 알고 보니 SNS를 통해 실시간 팬미팅을 하는 와중, 매니저가 기자에게 다가와 20분째예요하고 속삭였다. S.E.S. 시절부터 이어져온 붙박이 충성 팬들, 중국이나 일본 팬도 더러 함께하는 영상 팬미팅은 바다의 일상이 된지 오래다. 이게 1세대 아이돌에서 솔로 가수, 뮤지컬 배우로 늘 그자리를 지켜온 20년 차의 내공이구나, 새삼 놀랐다. 우리가 익히 알던 바다는 지나치리만큼 열정적이고 넘치도록 활기찬, 긍정과 발랄의 아이콘이다. 그녀의 말마따나 집에 가서 완전히 뻗어버리기 직전까지 모든 에너지를 발산해 일한다.

 


올해가 데뷔 20년 차더라고요. 1세대, 특히 여자 아이돌 출신은 연기 쪽으로 빠지거나 결혼해서 아이 낳고 가정을 이루는 것에 매진하거나, 대개 두 가지였던 것 같아요.
신랑한테 얘기했어요. 우리가 결혼은 했지만 내가 결혼한 여자로만 머물러주길 바라지 말라고. 제 신랑도 그래요. 네 손은 밥해주는 손이 아니라 마이크 잡는 손이고, 팬들 손을 잡아주는 손이다. 난 처음부터 너의 그런 손을 좋아했다고.

 

남편이 아홉 살 연하인데도 어른스러워서 '할아버지'라고 부른다면서요. 남편은 어떤 사람인가요
제가 많이 의지할 수 있는, 정말 독특할 정도록 어른스러운 사람이에요. 이제는 부부가 희생이라는 단어 말고, 부부가 서로의 삶을 서포트하고 응원해주는 관계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랬을 때 서로 윈윈하면서 행복하게 사는 거고. 만약 그런 상대를 100% 확실할 수 없다면 혼자 사는 것도 너무 추천! 여성 잡지와 인터뷰니까 거침없이 말할게요.(웃음)

 


앞으로 바다의 음악은 어떻게 흘러갈까요.
멋 부리지 않는데 파워풀한 음악. 유행하는 음악을 추구하는 게 과연 세련된 걸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전 예전부터 유럽 음악, 제3세계 음악을 좋아했어요. 노래도 없는, 외국 어느 외딴섬에서 만든 곡. 악기 소리만 나오는데, 그것도 특정 부족에게만 있는 악기로 만든 음악.

 

나이가 들면서 느끼는 게 어떤 일에도 예전만큼의 열정이 안 생긴다는 거예요. 바다의 열정은 어떤가요
전 너무 과한 것 같아요, 아직도(웃음). 좀 줄어들었으면 좋겠어. 전 죽을 때 까지 제 열정을 다 못 쓸 것 같아요. 어렸을 때 인천 소래포구, 그 드넓은 바닷가에서 살았거든요. 정신적인 낙원에 가까운 곳이었죠. 주변에 포도밭, 복숭아밭, 널려 있고. 복숭아 따 먹으면서 바닷가에서 늘 노래 연습을 했어요. 엄마를 기다리면서 항상 모닥불을 피우고. 광활한 바닷가를 배경으로 불을 때던 여자인 거죠, 제가.

 


후배들과 만든 '요공단', 요정공주단체라는 사조직도 있다면서요. 산다라박, 전효성, 지숙, 솔비, 차예련, 정은지 등등이 멤버라고요.
다른 뜻 없고, 후배들을 좀 웃게 해주고 싶었어요. 의지할 수 있는 언니들, 우리끼리의 연결 고리를 만들어주고 싶었죠. 요공단은 어떤 큰 실체가 있지 않아요. 여자들끼리의 크루, 여자들이 더 많이 웃고 즐겁자는 취지죠. 여자가 웃으면 다 즐거워요. 가정이 편하고, 사회가 즐겁고, 지구가 즐겁다니까. 어떤 우주적인 차원이랄까요(웃음) 후배들한테 무거운 얘기하면서 막 설교하기보다는 질문해주고 단어 하나 던져놓고 같이 웃는 것. 그게 다이지만, 전 그게 무엇보다 큰 힘이 된다고 생각해요.

 

와하하핫. 자주 호탕하게 웃는 여자. 철학책과 시집을 읽는 여자. 웬만하면 흔들리지 않는 멘탈, 유쾌함으로 중무장한 여자. 그게 타고난 긍정 에너지 덕분인지 혹은 어떤 고난의 행군을 딛고 비로소 얻게 된 결실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서른여덟의 바다는 다만, 드넓은 바닷가에서 홀로 자유롭게 노래하던 소녀 최성희와 싱크로울 100%의 변함없는 모습으로 노래하고 있다. 그 무대가 어디든, 크기가 크든 작든, 그게 자신의 노래든 아니든 매 순간 열정적으로 진심을 다해서. 지금 여기, 한결같이 변화무쌍한 여자가 있다. 서울에는 틀림없이 바다가 있다.


*풀 버전의 인터뷰와 더 많은 화보컷은 여성중앙 8월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ditor 민영, 성영주
Photographer 유영규
Design 한상영
Styling 오지현
Hair / Makeup 디희원
출처 여성중앙 2017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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