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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머릿속 스칼렛에 대한 기억은 대부분 주말명화극장 속에 있다. 원작소설 퓰리처상 수상, 아카데미 10개 부문 수상에 빛나는 대작은 어린 시절 부모님 옆에서 늦은 시각까지 엉덩이 붙이고 앉아서 볼 수 있는 영화로 꽤 적합했다. 인형 같은 미모라는 표현도 실례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던 비비안 리, 그녀의 화려한 드레스, 동화 속에 나올 법한 대저택, 흥겨운 파티와 ‘진짜 남자’ 클라크 게이블. 역사의 소용돌이 한복판이었음에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동경에 가까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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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뮤지컬로 무대에 오른다는 얘길 듣고 스칼렛 역할이 욕심 나지 않은 배우가 있었을까. 스칼렛으로 무대에 오른다는 건, 어릴 적 우상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걸 의미했다. 뮤지컬 데뷔 10년차,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에스메랄다 그 자체라는 극찬을 받았고, <카르멘> <모차르트!> <미녀는 괴로워> 등을 통해 ‘디바’ 자리에 오른 바다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녀는 언젠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공연된다면 스칼렛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예고 재학 시절부터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때가 된 듯, 바다에게 스칼렛은 운명처럼 다가왔다.

 

촬영장으로 들어서는 바다의 손에는 백과사전처럼 두꺼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책 3권이 들려 있었다. “저는 영화를 100번 이상 봤어요. 대사는 거의 다 외울 정도예요. 그동안 책도 여러 번 읽었는데 요약된 버전이었나 봐요. 원작은 확실이 디테일이 다르네요. 어릴 때 이렇게 공부를 했으면 서울대 가지 않았을까요!” 한국에서 초연되는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프랑스 작품이 원작이다. 스칼렛이 주요한 스토리를 쥐고 있지만 노예제도를 둘러싼 갈등 역시 중심에 있다. 역사적 배경이 관객에게 온전히 전달되어야 하는 작품이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영화라는 매체의 특징, 390만 달러라는 엄청난 제작비로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명작으로 남았지만 정해진 면적의 무대가 배경인 뮤지컬에서는 너무 광대한 이야기일지 모른다. 실제로 해외 대작 뮤지컬들이 국내에서 꾸준히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스토리가 약한 뮤지컬에 대한 아쉬움 역시 커져가고 있다. 

 

바다가 작품에 접근한 방식은 큰 그림에 대한 이해다. 작품에 들어가면서 남북전쟁시대에 관한 강의를 듣고, 미국 역사서를 읽고, 남북전쟁에 관한 책을 읽었다.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영화와 책에 굉장히 많이 의지를 하고 있어요. 미국 남북전쟁 이야기는 <천공의 성 라퓨타> 같이 완전히 창조된 세계 얘기가 아니라 실제로 일어난 역사잖아요. 외국에서는 예의상 장갑을 많이 끼지만 배경에 대한 공부를 하다 보면, 날씨가 엄청 더워서 이 시기 미국 남부에서는 장갑을 끼지 않았을 것 같은데? 이런 디테일들이 불쑥불쑥 떠올라요. 영화만 봤을 때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부분이에요.” 영화를 본 횟수만큼, 원작 소설의 두께만큼, 스칼렛에 대한 몰입도 커져만 가는 중이다. 어쩌면 스칼렛 당사자보다도 스칼렛의 마음을 더 잘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처음 영화를 봤던 건 88서울올림픽 때였던 것 같아요. 그냥 예쁘고 남자들이 좋아하는, 나중에 자립심도 보이는 그런 여자로만 기억하고 있었어요. 참 피곤한 여자라는 생각도 했죠. 그런데 지금은 그녀가 그렇게 행동했던 당위성들이 보여요. 세상에 모든 걸 다 가질 수 있었을 때도, 전쟁을 겪을 때도 스칼렛은 어떻게 하면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을까 생각하는 여자였어요. 그리고 남들은 하지 못한 선택을 해갔죠. 정말 멋있는 신여성이에요. 과거 제가 그녀에 대해 단편적으로 느꼈던 부분들, 그 빈 곳을 이번 작품을 통해 제가 채우고 싶어요.”

 

바다가 선사할 뮤지컬 넘버에도 한 시대를 상징하는 여인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길 예정이다. 바다는 ‘내 집으로’ ‘당신들이 뭘 알아?’ ‘가라앉아’ 같은 곡들이 가창력보다 가사가 중요한 곡이라고 말했다. S.E.S 시절 얼굴이 화면에 예쁘게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회사에서는 라이브를 권하지 않았지만 끝까지 라이브를 고집했던 그녀다. 지금 느끼는 감정을 소리로 표현하지 못하면 바다에게 노래는 아무 의미가 없다. 그녀는 늘 소리로 우리 마음을 대변하는 예술가였다. 이번에는 스칼렛의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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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캐스팅된 서현에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간절히 기다렸던, 꿈 같은 기회’였다. 소녀시대라는 유명세만으로 맡을 수 있는 역할은 아니었다. “감히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너무 하고 싶어서 ‘난 할 거야’라며 스스로를 믿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제가 저를 믿지 않으면 누가 믿어주겠어요. 오디션에서 ‘준비가 많이 됐습니다’라는 걸 보여주려고 스칼렛에 대해 꼼꼼히 분석을 해서 갔어요. 물론 그래도 많이 부족하겠죠. 그래서 계속 노력할 거예요.” 서현은 제작발표회 때 ‘죽을 각오로 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그 약속은 맹세처럼 지켜지고 있다. 소녀시대 활동과 뮤지컬 활동을 병행한다는 건 어디서 시간을 사오고 싶을 정도로 치열한 시간 싸움이다. “본업이 있는지라 연습에 어려움이 있는 건 어쩔 수 없어요. 소녀시대 공연 연습은 한 명이라도 빠지면 동선이 흐트러져서 연습에 빠질 수 없거든요. 그래서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있어요. 댄서 분에게 제 안무를 똑같이 연습해서 소녀시대 연습 시간에 대신 해달라고 했어요. 그 영상을 찍어서 저는 새벽에 따로 연습을 했고요. 이런 방법을 찾아서 정말 다행이에요.” 요즘 평균 수면 시간이 3시간이라는데, 서현의 눈에는 <슬램덩크> 정대만 같은 불꽃이 이글거린다. 실제로 소녀시대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서현의 깊고 깊은 뮤지컬 사랑에 대해 익히 알고 있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해보고 싶으세요?’라는 인터뷰에 한결같이 뮤지컬을 말해왔다. 뮤지컬 공연장에서 숱한 인증샷들이 올라왔다. 하지만 섣부른 시도는 하지 않았다. 지켜주고 싶은 애인처럼, 서현에게 뮤지컬은 오랫동안 잘 하고 싶은 한 가지다. 어떤 매도 달게 맞겠다고 결심하고 질끈 눈 감고 시작한 첫 뮤지컬 <해를 품은 달>은 흥행 스코어와 상관없이 서현이 계속해서 같은 꿈을 꾸게 한 소중한 작품이다. “공연하는 동안 정말 행복했어요. 평소에 뮤지컬 보는 걸 너무 좋아했지만 보는 것보다 몇백 배는 재미있었어요. 완벽하게 잘하진 못했지만 열정과 욕심이 더 많이 생겼어요.”

 

바다는 가수인데 뮤지컬을 하는 뮤즈를 위해 ‘가뮤즈’라는 단어를 만들었다. 가디언이라는 수호천사의 의미도 담았다. ‘가뮤즈’ 바다는 이미 서현과 같은 경험을 했다. “저도 작품 2~3개 정도 했을 때 성악을 따로 배웠어요. 가뮤즈들은 다른 것들, 예를 들면 가스펠도, 창도 잘할 수 있어요. 한동안 국내에 오스트리아 작품이 많았지만 앞으로 프랑스, 미국 작품도 많이 들어올 거예요. 멀리 다양성을 봐야 해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만 해도 1막에서는 팝적인 노래가 많고 2막에서는 성악적인 발성이 들어가요. 가뮤즈는 대중의 기대치를 만족시킬 수 있는 능력이 분명히 있어요. 이번 작품에서 서현이 두 가지를 다 잘해내는 모습을 기대하고 응원하고 있어요.” 서현에 대한 바다의 애정은 각별하다. “자꾸만 팔이 안으로 굽어서 큰일이에요. 쉬고 싶은데 서현이 보면 뭐든 해주고 싶어요. 사람들이 동문, 같은 고향 출신 얘기하는 거 이해 안 갔거든요. 그런데 저도 모르는 여자 아이돌 후배에 대한 남다른 감정이 있었나 봐요.”

 

바다에게는 바다 같은 여유가 담겼다. 모든 게 불안정했던 20대에 끊임없이 자신을 위해 고민했던 시간이 만들어준 결과다. 그녀로부터 뿜어 나오는 에너지가 주변을 밝힌다.

 

“절 만나면 사람들이 다 행복해진대요.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지금 이 순간을 즐겨야 돼요. 스칼렛 오하라와 제가 같은 점은, 오늘은 산다는 거예요. 스칼렛은 항상 오늘을 살았어요. 오늘 내가 사랑 받고, 오늘 내가 최고여야 했죠. 오늘을 살았기에 힘든 일이 있을 때도 그녀의 삶을 지탱해주는 초능력이 발휘된 거예요.” 이 에너지는 결코 저절로 생긴 건 아니다. “단언하지만 모두 노력해서 만든 모습이에요. <불후의 명곡>에서 공연하는 모습은 저를 200%까지 끌어올린 모습이지 원래 제 모습은 아니에요. 집에 가서 녹다운이 될지언정 전 오늘 하루를 다 쓰고 죽고 싶거든요.” ‘자신을 사랑하는 여자’, 그리고 ‘오늘을 사는 여자’. 우리가 1월부터 만나보게 될 2명의 스칼렛이다. 원작자 마가렛 미첼은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그것을 이겨내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가진 진취적인 성격이 있다. 그런 성격을 가진 사람들과 가지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지금 우리가 듣고 싶은 이야기 그리고 보고 싶은 사람들이다. 마가렛 미첼은 역시 옳았다. 바다와 서현으로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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