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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국민 요정이었고, 지금은 ‘슈퍼 맘’이라는 타이틀로 활동 중인 슈가 남편 임효성과 의미 있는 외출을 했다. 베트남에서 시집온 다문화 여성들의 친정집이자, 아이들의 외갓집을 방문하기 위해서다. 자신들의 존재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곳이라면 기꺼이 같이하고 싶다던 이들. 이번 여정을 통해 전에 없던 특별한 추억까지 남겼다.

 

엄마의 마음으로 소통하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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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한국으로 갔던 노티투융씨가 오랜만에 온다는 소식에 온 가족과 이웃들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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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티투융씨의 가족들은 슈·임효성 부부가 도착하자마자 아침에 직접 짠 우유를 건넸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우유를 받아든 슈는 그 자리에서 한 잔을 비웠다.


누구에게나 가족이라는 존재는 애틋하다. 그런 가족을 쉽게 만날 수 없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결혼을 하면서 한국으로 이주한 여성들을 떠올렸을 때, 마음이 아려오는 것은 그 때문이다. 낯선 한국 땅에 정착해 팍팍한 일상을 이겨나간 지 어느덧 4~5년. 베트남 이주 여성들은 결혼 후 처음으로 친정이자 가족들이 기다리는 고향을 찾았다. 아이들에게는 처음 보여주는 엄마의 나라, 엄마의 가족이다. 매해 한국여성재단에서는 이들의 감격스러운 만남을 돕기 위해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와 삼성생명의 후원으로 ‘다문화 아동 외가방문 지원 사업’을 진행해왔다. 조세현 작가가 재능 기부의 일환으로 다문화 가족의 사진을 담아왔고, 여성중앙도 꾸준히 함께해온 이 프로젝트는 올해로 8년째를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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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티투융씨는 오랜만에 처녀 시절에 타던 오토바이에 오르며 슈에게 “태워줄까?”라는 등 우스갯소리를 건네 웃음을 자아냈다. 두 사람은 이날 처음 만났지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마음을 열었다.


이번 베트남 방문을 앞두고 의미 있는 자리에 함께할 수 있는 이를 찾던 중, 자연스럽게 슈를 떠올렸다. 세 아이의 엄마로 누구보다도 강한 모성애를 보여주고 있는 그녀야말로 이주 여성들, 그리고 아이들의 마음을 잘 헤아릴 수 있을 듯했다. 이번엔 남편과 함께 가는 길이라 더 특별했다. 올해는 스무 가정의 아이들이 베트남의 하노이와 호찌민 일대에 있는 외가를 방문했다. 다들 결혼 후 한 번도 친정 및 외가에 방문하지 못했던 이들이다. 그중에서도 슈•임효성이 함께한 이들은 부산에서 온 노티투융(36)•이헌권(53)씨 가족이다. 이헌권씨는 과거 베트남에서 오랫동안 직장 생활을 하던 중, 일터에서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대부분의 다문화 가정과는 달리 이들 부부는 연애결혼을 한 셈. 결혼한 후에도 베트남에서 지내며 딸 송원이를 낳아 기르다가 송원이가 다섯 살이 되던 해인 2010년, 이헌권씨의 직장 사정 때문에 한국으로 들어왔다. 이들 가족이 다시 베트남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4년 만의 일이다.

 

다문화 가정, 남이 아닌 우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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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에게 대접할 음식 준비에 한창인 풍경. 슈는 생일을 맞은 조카를 위해 즉석에서 축하 노래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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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티투융씨의 제안으로 모두들 정겹게 오토바이에 올랐다.


슈와 임효성 부부는 다음 날 이른 아침부터 노티투융씨 가족을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섰다. 두 사람 모두 양손 가득히 무엇을 들고 있나 봤더니, 노티투융씨의 딸에게 주려고 한국에서부터 챙겨온 선물이었다. 방문할 집을 향하는 버스에서도 곧 만나게 될 가족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조금이라도 더 알고 싶어 하는 모습이 유난히 따뜻하게 느껴졌다. 도착 직전 슈는 웃으며 ‘우리가 곧 다문화 가정’이라고 말한다. “우리 가족 역시, 어릴 때부터 쭉 일본에서 자란 저와 한국에서 자란 남편이 만났으니 다문화 가정이잖아요. 곧 만날 노티투융씨 가족도 저희처럼 두 나라 언어가 오가는 문화 속에서 지내고 있을 것 같이요. 서로 통하는 게 많을 것 같아 기대가 돼요.” 두 사람에게 베트남은 이미 친숙한 나라다. 슈의 친정어머니가 있는 전라남도 구례엔 한참 전부터 많은 베트남 이주 여성들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도 모성애가 강하고, 가족을 지키려는 의지가 큰 이주 여성들을 보며 자연스럽게 베트남이라는 나라, 그리고 한국으로 시집온 그녀들에 대한 친근감이 자리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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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에서 유행 중인 ‘셀카봉’을 챙겨온 슈와 임효성. 두 사람이 들고 있는 것이

뭔지 신기해하던 아이들이 카메라 앵글 속으로 들어가 함께 기념사진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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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생일을 맞은 노티투융씨의 조카를 따뜻하게 안고 있는 임효성.


호찌민 시내에서 차로 한 시간여 달린 후 시골 풍경이 펼쳐질 때쯤, 어느덧 노티투융씨의 친정에 도착했다. 한바탕 잔치를 벌이기 전 기분 좋은 어수선함이 유난히 강하게 느껴졌다. 마침 이날이 노티투융씨 조카의 생일이라고 했다. 노티투융씨의 딸 송원이는 낯선 한국 손님들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처음엔 낯을 가렸다. 그런데 어느새 제일 앞장서서 큰 목소리로 외갓집 구석구석을 안내해준다. 슈는 송원이의 안내에 따라 여자들이 모여 있는 부엌부터 찾았다. 주방에서는 이곳에서 최고의 손님 대접 요리인 닭고기를 이용한 상차림 준비에 한창이었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손짓 발짓으로 소통하려는 슈를 중심으로 다들 동그랗게 모였다. 슈에게 가족들의 사진을 보여주는가 하면 함께 생일 노래도 부르며 어느새 친해진 이들.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한 가정의 엄마로 사는 여자들끼리의 교감은 분명히 있기 마련인가 보다. 이헌권씨는 멀리서 웃음꽃이 핀 아내를 흐뭇하게 바라봤다. 형편상 가족들을 베트남에 데려오지 못했던 것이 내내 미안했지만, 이번 방문으로 큰 짐을 덜어놓은 듯한 얼굴이다. “자영업을 하다 보니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가족 모두 움직이려면 경비도 만만치 않고요. 기회가 되면 꼭 다시 가야지, 하고 있었는데 형편상 그러지 못해서 늘 미안했습니다. 많은 분의 도움으로 이제야 오게 됐네요.” 베트남어가 여전히 낯선 이헌권씨는 한국에 와서 지낸 몇 년간 아내가 느꼈을 법한 답답함이 새삼 이해가 됐다. 서로 다른 문화권에 있다는 것은 이렇듯 상대의 입장에 서 볼 기회가 되기도 한다.

 

아내이자 엄마, 슈가 세상과 소통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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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임효성 부부가 아이들을 위해 선물을 준비했다. 베비언스의 아기 용품들과 루코오가닉의 동물 캐릭터 쿠션이다. 더운 나라에 살면서 까맣게 탄 아이들의 피부를 위해 자외선 차단제와 보디 오일, 그리고 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 액상 분유를 비롯해 안고 잘 수 있는 쿠션까지 다양한 선물에 아이들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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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는 라희, 라율 쌍둥이에게 하는 것처럼 송원이에게 자외선 차단제 사용법을 알려주었다.


송원이는 베트남에서 태어나 다섯 살 때 한국으로 들어갔다. 태어나서 줄곧 자란 곳을 떠나 한국이라는 낯선 환경에 가게 된 것이다. 노티투융씨는 행여나 송원이가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할까, 학교 수업은 잘 따라갈까 노심초사하느라 정작 자신의 설움이나 외로움은 늘 뒷전이어야 했다. 게다가 이주 여성으로서 일자리를 구하는 것조차 녹록지 않을 때면 ‘내가 왜 여기에서 이런 고생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한국에서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남편과 딸 송원이를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아왔다. 그렇게 4년이란 시간이 흐르고 이제야 고향을 다시 찾았다. 슈와 임효성은 이들 가족이 도착한 지 이틀 후에 도착한 터라 감동적인 상봉의 순간을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어렴풋이나마 상상할 수 있다고 했다. 이들 역시도 수개월간 떨어져서 지냈던 때가 있었다. 프로 농구 선수 생활을 마친 임효성은 꿈을 위해 홀로 미국으로 건너갔을 때, 혼자서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아내 생각에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이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것을 견딜 수 없어 고민 끝에 유학 생활을 접고 돌아왔다. 원대한 꿈도 중요하지만, 가족은 함께해야 한다는 것이 먼저란 생각에서다. 슈와 임효성은 이들 가족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살아가는 데 있어 가족이야말로 정말 중요한 존재’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제 인생에서 결혼이 큰 기폭제가 됐어요. 남편을 만나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또 아이들까지 생기며 전에는 몰랐던 더 넓은 세상을 보게 됐으니까요. 친정엄마와의 관계도 더 깊어졌고요. 이곳에 와서 노티투융씨를 보니 그간 얼마나 애달팠을지 쉽게 헤아릴 수조차 없더라고요. 그래도 송원이가 밝고 씩씩해서 노티투융씨가 한국에서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됐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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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공 하나만 있어도 웃음이 끊이지 않던 아이들.


짧은 베트남 여정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온 슈·임효성 부부는 곧장 일상생활로 복귀했다. 둘은 방송이나 각종 촬영 외에도 곧 오픈을 앞둔 아동복 쇼핑몰 준비에 한창이다. 특히 남편 임효성은 은퇴 후 사업차 머물렀던 필리핀에서 오래도록 농구교실을 운영했었는데 다양한 문화권의 아이들을 지켜 보면서 늘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해왔다. 그런데 이번 방문을 계기로 더욱 다양한 문화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베트남에 다녀온 후 다른 문화권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지금 한창 준비 중인 아동복 사업에 다양한 문화권의 아이들을 모델로 등장시키는 것은 어떨까도 구상 중이고요. 나름대로 저희만의 의미 있는 문화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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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라도 자신의 재능을 나눌 수 있는 곳이라면 가장 먼저 달려가는 조세현 작가.

덥고 습해서 땀이 절로 흐르던 날씨 속에서도 화기애애한 가족의 모습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


1990년대에 10대였던 에디터는 지금의 아이돌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절대적인 인기였던 S.E.S.의 슈를 기억한다. 이제는 원조 요정의 타이틀 대신 세 아이의 엄마이자, 한 남자의 아내로 제2의 인생을 꾸려가고 있는 그녀를 보니 스타 ‘슈’이기보다 인간 ‘유수영’의 모습이 먼저 보인다. 프로 농구 선수 생활 은퇴 후, 사업가로서 자신의 재능을 살려 사회적 공헌을 모색하고 있는 남편 임효성과 함께 또 다른 인생의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이들의 아름다운 동행. 어딘지 모르게 다문화 가정을 따스하게 바라보는 시선과 닮아있다.

 

기획 박주선 기자
사진 조세현(icon studio)
취재 협조 한국여성재단(www.womenfund.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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