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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바다, 최성희
가수 바다는 20대를 S.E.S. ‘국민 요정’으로 살았다. 30대인 현재 그녀는 요정의 날개를 접은 채, 연기자의 길을 가고 있다. 아이돌 가수로 데뷔했지만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한 바다. 가수로 출발해 결국 본연의 소원인 배우의 길에 선 바다는 운명이 그녀를 인도하리라 믿는다.

 

[2012년 08월호] 메종 코리아 (1).jpg
↑깃털과 자수 디테일의 톱과 스커트는 모두 바실리, 뱅글은 블랙 뮤즈, 펌프스는 바다 본인의 것.

 

어둡고 차분한 무대 위, 바다가 뮤지컬 <미녀는 괴로워> 무대에서 주인공 한별의 뚱뚱한 복장을 벗어 던지고 뮤지컬 히트 넘버 ‘마리아’를 노래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풍성하고 폭발력 있는 음색이 온 무대를 빈틈 없이 채웠다. 노래가 끝나고 나서야 곳곳에서 들려오는 외마디 감탄들. 흐트러짐 하나 없는 바다의 음색은 관중을, 객석을 제압하는 악기였다. 3년 전의 무대였지만 그 감흥이 아직까지도 생생하다는 소감에 그녀가 보여준 반응은 예상 외였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 연기도 잘했어요.” 발군의 가창력으로 인정받은 바다가 노래가 아닌 연기에 욕심을 드러냈다. S.E.S 해체 후, 솔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뮤지컬 무대에 오르기 시작한 것도 아이돌에 머무르기 아까운 가창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은 아니었나. 바다는 안양예고에서 연기를 배우고, 대학에서 연극영화과를 전공했다. 노래와 연기 둘 중 하나를 선택하기 어려워 어렸을 적 꿈은 뮤지컬 배우였지만, 노래로 대중 앞에 설 수 있는 기회가 먼저 찾아왔을 뿐이다. 바다는 노래를 하면 할수록 연기에 대한 열망도 강해져 ‘학비를 벌기 위해 가수 활동을 한다’, ‘가수는 연극의 어원에서 파생된 단어이다’ 라는 식으로 위로의 말을 찾아냈을 정도였다.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면서 바다는 본명인 ‘최성희’라는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바다라는 이름으로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지만, 최성희를 잃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것 같아요. 바다이기 전에 최성희 제 자신은 연기를 숙명으로 여기는 진지한 사람이죠. 그래서 연기할 때의 이름은 최성희여야만 해요.” 뮤지컬 <42번가> <노트르담 드 파리> <미녀는 괴로워> 등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하며 명실공히 뮤지컬 주연급 스타 배우로 자리 잡은 그녀는 지난 2009년 ‘뮤지컬 어워즈’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평단이 인정할 정도로 남다른 연기는 그녀의 인내와 성실 때문이다. 가수는 배우를 위한 화려한 전주곡이었다고 말할 정도로 자신의 연기에 대한 자부심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이제 노래하는 바다에서 연기하는 최성희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에스메랄다, <미녀는 괴로워>의 한별 등 당신의 무대를 거의 다 감상했어요. 그럼에도 이번 무대는 새롭네요. 뮤지컬 <모차르트> 무대는 처음이죠? 
2010년 뮤지컬 <모차르트>의 국내 초연 당시 모차르트의 아내 콘스탄체 역을 제의 받았어요. 하지만 아쉽게도 그 당시는 한창 음반 활동 중이어서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기회가 다시 찾아왔네요. 새로운 무대라 다른 때보다 긴장되긴 하지만, 연기하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해요. 

 

엄밀히 말해 콘스탄체는 주조연이에요. 지금껏 맡아온 원톱 주인공이 아니라는 것에 대한 고민은 없었나요? 
원톱 주인공은 혼자만으로도 화려하게 빛나는데 주조연은 주인공을 잘 받쳐줘야 하는 의무가 있어요. 즉 혼자만 잘하고 특출나면 안되는 거죠. 그래서 주인공 모차르트와 보다 긴밀하게 호흡하려고 노력해요. 콘스탄체는 모차르트를 사랑하지만 동시에 증오하는 인물이죠. 상반된 감정이 오가야 하기 때문에 어느때 보다 섬세한 연기력이 필요해요. 콘스탄체에 몰입하기 위해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연습에 할애하고 있어요. 

 

뮤지컬 무대에 선 지 어느덧 10년, 흥행 보증수표라는 명예로운 타이틀도 따라다니죠. 노래와 연기에 모두 능한 모습을 보면 제자리를 찾은 듯 보이기도 합니다. 
뮤지컬 배우로 활동한 초창기에 <텔 미 온 어 선데이>라는 작품을 했어요. 이지나 감독님이 주인공 역은 바다밖에 없다고 적극 추천하셔서 캐스팅됐죠. 당시 제 첫 공연을 보신 감독님이 “넌 연기는 잘하는 왜 이렇게 노래를 못하니? 연기가 낫다”라는 예상치 못한 말씀을 하셨어요. 그런데 저는 너무 행복했어요. 제 연기를 칭찬해주셨으니까요. 솔직히 노래 잘한다는 말보다 더 기뻤어요. 왜 이렇게 연기가 좋은지 모르겠지만, 어렸을 적부터 연기가 숙명이라는 생각을 줄곧 해왔어요. 그래서 유명 뮤지컬 배우셨던 윤호진 교수님이 계신 단국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입학했죠. 

 

그렇다면 연극 무대에 도전하는 건 어때요? 
진정으로 원해요. 가수를 안 했음 연극배우가 됐을 거라 생각할 정도죠. 요즘은 바빠서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과거에는 연극을 참 많이 보러 다녔어요. 특히 서사극을 좋아했죠. 최근에는 이용주 감독님의 연극 <카르멘>을 감상했어요. 연극을 보는 내내 저도 그 무대에 오르고 싶어서 얼마나 애가 탔는지 몰라요. 사실 오래전부터 연극에 출연할 계획을 세워놨어요. 하지만 작품은 보다 신중하게 결정하고 싶어요. 요즘도 극본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고, 내년에는 꼭 연극 무대에 서려고 마음먹고 있어요. 

 

반드시 언젠가 서보고 싶은 연극 작품이 있다면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요. 고등학교 때부터 열망해온 작품이죠. 하지만 제가 이 무대에 오르려면 아직 한참은 걸릴 거라고 생각해요. 연기가 훨씬 무르익어야 소화해낼 수 있는 작품이니까요. 언젠가 꼭 서보고 싶은 뮤지컬 무대도 있어요. 뮤지컬 <맘마미아>요. 뮤지컬 배우 최정원 씨가 주로 맡아온 도나는 발랄한 동시에 진지한 모습을 연기해야 해요. 제 나이가 조금 더 들었을 때, 진정 어울리고 잘해낼 수 있으리라 믿어요. 

 

연기에 대한 애정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그냥 어릴 때부터 좋았어요. 아버지 건강 때문에 어린 시절을 지방의 과수원에서 보내야만 했는데 당시 제 친구는 과수원의 나무와 풀, 바람, 햇살 등 자연이었죠. 그 속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자연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정말 즐거웠습니다. 이것이 제 연기의 시작이 아니었나 싶어요. 그리고 안양예고 시절에 연기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하면서는 연기에 몰입하는 것 자체에 흠뻑 빠졌어요. 캐릭터를 완성해 나가는 과정도 정말 흥미로웠고요. 

 

연기를 잘하려면 노래와는 또 다른 내공이 필요하죠. 연기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요? 
저에게는 끈질기게 파고드는 근성이 있어요. 또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도 즐기죠. 그래서 한 배역에 빠지면 캐릭터가 완성될 때까지 연습하고 연습합니다. 안된다고 쉽게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아요. 다행히 저는 굉장히 긍정적인 사람이거든요. 

 

간혹 예능에 출연하는 모습을 보고 ‘아이돌의 좋은 예’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듣기 좋은 말일 것 같아요. 이 같은 성장에는 긍정적인 성격도 한몫했겠죠.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너무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질 정도였어요. 감사하다며 넙죽 받아들이고 싶은 칭찬이었는데, 아직 잘 모르겠어요. 현재로선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돌이켜보면 S.E.S. 활동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어요. 하지만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았기 때문에 당시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웃으면서 참을 수 있었습니다. S.E.S. 활동이 있었기 때문에 많은 걸 보고 느끼고 배우며 성장할 수 있었고, 또 그토록 염원했던 연기를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어요. 제 인생에 이 같은 기회가 주어졌다는 사실에 지금도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세상에 감사할 줄 알고,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는 당신의 모습이 대견스럽지만 한편으로는 안쓰럽게 느껴져요. 또래보다 빨리 어른이 된 것 같아요. 
세상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가짐은 아마 어린 시절의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아픈 아버지를 간병하고, 시골 생활도 오래했던 다소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잖아요. 이땐 정말 가진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어요. 남들은 초등학교, 중학교 때 먹어본 피자를 고등학생이 돼서야 처음으로 맛봤을 정도니까요. 남들보다 빨리 겪어야만 했던 인생의 쓰라린 시기가 저를 스스로 낮출 줄 아는 사람이자 단단한 사람으로 만든 것 같아요. 반면 얻은 것도 있죠. 당시 아버지 진지를 직접 만들어 차려드리곤 했거든요. 저 요리 하나는 정말 잘해요. 된장찌개, 김치찌개 등 찌개류는 완벽하게 마스터했어요. 갈비찜과 낚지볶음은 제가 제일 잘하는 요리 중 하나죠. 

 

당신에게는 여자 노홍철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엉뚱하고 4차원적인 모습도 있잖아요. 지금 당신의 모습을 보고 어쩌면 이건 방송을 통해 만들어진 이미지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어느 정도는요. 방송에서는 뭐든 좀더 과장돼 보이긴 하잖아요. 하지만 솔직히 고백할게요. 여자 노홍철까지는 아니지만 저에게는 분명 다중인격이 있어요. 어느 날은 지나칠 정도로 업돼 있다가도 또 어느 날은 조용하고 진지하기만 하죠.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런 제 성격이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내야 하는 연기자로서 장점이 된다고 꽤 많은 방송 관계자들이 인정한다는 거죠. 아무리 봐도 저는 정말 연기를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 맞나 봐요. 

 

공연이 끝나고 난 무대 뒤가 쓸쓸하듯, 가수와 배우의 화려한 삶 뒤에는 상대적으로 더 큰 공허함이 찾아들기 마련이죠. 아무리 밝고 긍정적인 당신이라 해도 이 같은 상황을 피해갈 순 없었을 것 같아요. 
이럴 때면 그림을 그리거나 시를 쓰곤 해요. S.E.S로 데뷔한 이래 일기도 10년 이상 빠지지 않고 써왔죠. 비워진 나를 다시 채우는 작업이에요. 그래도 갑갑하면 한강을 달려요. 사람들은 이럴 때 연애가 만병통치약이라고 하는데, 연애가 쉽지는 않아요. 외부와 통제된 생활을 오랫동안 해왔기 때문에 상대방의 마음을 받아들이는 데 서투른 편이에요. 

 

연예인들이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 공헌 활동에 나서는데 재능기부 같은 봉사활동에 관심이 있나요? 
그럼요. 저는 이 세상에 태어나 배우고 받은 무언가가 있다면, 반드시 남과 나눠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대중에게 알려진 저의 직업도 많은 사람들에게 베풀라고 주어진 것 같아요. 하지만 봉사활동을 본격적으로 펼치기로 마음먹은 계기가 따로 있어요. 과거 저는 몹시 큰 상실감을 맛본 적이 있어요. 절친했던 배우 (故)이은주가 자살을 했을 때죠. 이때 마음을 잘 못 잡고 방황했는데 우연한 기회에 월드비전 행사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짧은 경험이었지만 이때 봉사라는 과정을 통해 제 자신도 치유할 수 있다는 값진 교훈을 얻었어요. 지금도 종종 지인들과 함께 작게나마 자선행사를 개최하곤 해요. 하지만 저한텐 보다 원대한 꿈이 있어요. 미래에 반드시 거품 없는, 투명한 자선활동을 펼치는 거예요. 세상을 통해 받은 모든 사랑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나눠주고 싶어요. 

 

늘 에너지가 넘쳐 보이는데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거죠? 
저의 장점이죠, 긍정의 힘에서요. 약 2년 전부터 독립해서 혼자 살고 있어요. 스케줄 때문에 밤늦게 들어오거나 새벽에 나갈 때를 제외하고는 아침에 느긋하게 일어나 까를라 브루니 음악을 들으며 아침을 먹곤 하죠. 이때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충전되는지 몰라요. 그리고 제가 이루고 싶은 것들을 생각하며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차분하게 고민해보곤 해요. 

 

그렇다면 당신이 그리는 미래의 모습은 무엇인가요? 
먼저 바바라 스트라이샌드와 같은, 모두가 인정하는 가수 겸 배우가 되는 거예요. 지금처럼 가수와 뮤지컬 배우로 활동을 계속 이어가겠지만 앞으로 연극과 영화에도 출연하고 싶어요. 믿으면 이루어지니까, 저는 기회를 끊임없이 찾고 또 기다릴 거예요. 그리고 35세가 되기 전에 결혼도 하고 싶고, 봉사활동도 적극적으로 펼칠 거예요. 

 

나, 바다, 최성희가 나이가 들어도 잃고 싶지 않은 한 가지만 꼽는다면요? 
동심이요. 제가 남들과 다를 수 있는 이유죠. 

 

[2012년 08월호] 메종 코리아.jpg
↑슬리브리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목걸이는 프란시스 케이. 

 

헤어 김승원(르네 휘테르) 메이크업 원조연 스타일리스트 조세경 
에디터 송정림 | 포토그래퍼 정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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