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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8월호] 레이디경향.jpg

 

반짝이며 깊어간다! 가수 바다의 화양연화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바다는 대화 내내 ‘진심’, ‘확신’, ‘자신’이란 단어를 자주 썼다. 어릴 적부터 ‘진심’으로 연기를 하고 싶었고, 그 꿈이 자신에게 간절한 것이며 언젠가 꼭 이루어질 것이라는 것을 ‘확신’해왔으며,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더디 걸리든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기쁨을 줄 수 있을 거라는 것을 ‘자신’한다고 했다. 지금껏 비춰진 모습보다 더 많은, 그리고 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그녀는 이제부터가 진짜 자신의 전성기가 될 거라며 두 눈을 반짝였다. 순수한 열정이 넘치는 바다의 빛나는 순간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이다.

 

내 인생은 페이지마다 진심이 배어 있는 한 권의 책 
방과 후면 ‘H.O.T.’가 나오는 공개 방송을 보러 가는 친구들을 뒤로하고 혼자서 대학로를 돌아다니며 각종 연극 작품을 섭렵하던 소녀는 아이러니하게도 짙은 연극용 분장 대신 청순한 흰색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올랐다. 에너지만큼은 어딜 가도 빠지지 않을 학생들 일색이던 안양예고 내에서도 ‘기가 막히게 연기하는 녀석’으로 통했던 소녀는 어느 날 ‘신비로운 요정’이 됐고, 이후 셀 수도 없을 만큼 무수히 쏟아진 걸 그룹들의 ‘조상님’으로 통하는 1세대 아이돌의 지위를 획득했다. 

 

그렇게 생각지도 못했던 방향으로 인생은 흘러갔지만, 결코 안타까움이나 후회 혹은 갈팡질팡 따위의 망설임은 없다. 그 또한 바다(최성희) 자신이 선택하고 주도한, 인생이란 여행의 정거장들이었기 때문이다. 요정의 지위에서 맞이한 화려한 정상, 그리고 그 길을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자박자박 걸어 내려와 비로소 뮤지컬 배우라는 새로운 이름을 획득하기까지. 그녀는 서두르지 않고 침착하게, 무너지지 않고 화려하게, 의지하지 않고 노력에 기대 꼿꼿하게, 사람들 인식 속의 환상을 걷어내고 성공적으로 무대 위에 안착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것은 자신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확고한 명제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분들은 제가 가수를 그만두고 어느 날 뚝, 그저 비슷한 분야인 뮤지컬로 옮겨갔을 거라 생각하셨겠지만 사실 저는 원래 배우를 꿈꿨던 사람이에요. 그리고 완벽한 배우가 되기 위해 오래전부터 피나는 훈련을 해왔어요. 학창 시절에도 하루 종일 연극에만 빠져 지내던 ‘골수학도’였고, 언젠가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로 연기하는 배우가 되어야겠다는 구체적 목표를 세우고 달려가던 중이었어요. 연극 중에서 특히 서사극에 심취해서 주로 그런 작품에 참여했고, 최소 1인 3역씩 연기를 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여러 사람의 인생을 연구하고 다시 표현하는 데 자신이 있어요. 그때 제가 어떤 검사를 받은 적이 있는데, 제 안에 다중인격을 소화할 수 있는 소양이 내재돼 있대요. 연극 선생님께서 제게 ‘성희 너는 절대로 연기를 접어선 안 된다’라고 말씀하셨을 정도예요. 운명적인 어떤 이끌림에 의해 먼저 가수로 데뷔를 했고 방송활동도 하고 또 지금은 무대에 서지만, 아마도 저는 제 길을 찾아 잘 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제 인생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물론 연기에 대한 열망이 강하다고 해서 가수로 활동했던 지난 시간을 부정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때의 상황과 필요에 맞게 가장 적합한 선택을 했을 뿐이고, 또 그 과정이 자신을 더욱 단단하고 풍부하게 만들어주었음을 누구보다 그녀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이 모두가 나와 당신을, 사람과 세상을 행복하게 만드는 데 소요될 일련의 과정이라 믿는다. 

 

[2012년 08월호] 레이디경향 (1).jpg

 

“S.E.S. 활동이 끝나고 처음 새로운 출발을 준비할 때 평생 ‘바다’란 이름을 버릴 순 없을 거라 생각했어요. 제가 아무리 원래 이름을 찾고 싶다고 해도 저를 ‘바다’로서 사랑해줬던 팬들에게 갑자기 ‘최성희’를 들이미는 건 지나치게 이기적인 행동 같더라고요. 또 ‘바다’로서의 제 삶과 정체성에 대한 배신일 수도 있고요. ‘바다’라는 이름은 소중하고 고맙지만, 그래도 계속 얽매여 있고 싶지는 않아요. 생각해보면 저는 이름이 참 많아요. 바다, 최성희, 비비안나(세례명)까지. 이렇게 이름이 많은 건 세상이 각각의 저를 필요로 한다는 뜻일 거예요. 그 이름들이 요구하는, 그리고 그 이름으로 제가 보여줄 수 있는 모습에 충실할 거예요. 그리고 따져보면 결국에는 형식만 다를 뿐 모두가 감정을 표현하고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일 아닌가요? 저는 제가 하는 무언가가 상대방의 마음에 작은 동요라도 반드시 일으키킬 바라요. 아마 제가 출연한 작품을 보고 그 어떤 느낌도 받지 못하고 돌아가는 분은 한 명도 없을 거예요. 반드시 그럴 수 있도록 저는 저를 깎아나가고 있으니까요.”


붉은 노트에 써 내려간 ‘콘스탄체’의 외로움 
바다는 요즘 올 여름 최대의 기대작으로 손꼽히는 뮤지컬 ‘모차르트!’의 ‘콘스탄체' 역으로 출연 중이다. 국내 초연 당시 관객과 평단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으며 화제를 모았던 만큼, 2012년 재공연 역시 반응이 굉장하다. 특유의 파워풀한 목소리와 섬세한 연기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관객을 사로잡고 있는 그녀는 그 어떤 작품보다 이 극에 깊게 빠져 있다.

 

“모차르트의 아내 ‘콘스탄체’는 악처라 소개되고 있지만 그렇게 평면적인 인물이 아니에요. 캐릭터를 연구해보면 그녀가 느끼는 외로움과 허망함이 시시각각 마음에 와 닿아요. 사실 제가 무대 위에서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은 노래가 아니라 인물의 감정 표현이에요. 저는 평소 워낙 캐릭터 연구하는 과정을 즐기기 때문에 인물을 맡으면 누구보다 집요하게 파고드는 편인데, 이번에는 좀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1단계로 콘스탄체가 되어보기로 하고 매일 밤 노트에 일기를 쓰기 시작했어요. 다행히 분량이 많지 않아 오히려 깊게 들어갈 여력이 생기는 듯해요.”

바다의 이번 무대가 특히 주목을 받는 이유는 그동안 언제나 ‘원톱’ 주인공으로 극을 이끌어오던 그녀가 처음으로 무대 중심에서 한발 벗어나 주·조연을 맡았다는 점이다. 인생을 살아오며 언제나 주인공의 자리를 벗어난 적이 없었을 것처럼 보이는 그녀가 굳이 이 시점에서 뒤로 물러난 이유를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가장 중요한 건 경험인 것 같더라고요. 그동안 감사하게도 제게 항상 주인공 역할이 주어졌고 저 또한 당당히 할 몫을 다하고자 노력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앞으로 이곳에서 더 해야 할 몫이 있다는 걸 느꼈어요. 중심이 아닌 옆에 서서 주인공을 바라보는 경험을 해봐야지만 다시 중심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겠더라고요. 그리고 실제로 해보니 제가 정말 탁월한 선택을 했다 싶어요. 예상하고 바라고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많은 것을 얻고 있어요. 주인공 배우가 상대 배우들과 어떻게 교감하고 나눠야 할지, 어떻게 호흡해야 할지를 자연스레 깨닫고 있고 또 선배님들이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 제게 일러주고 계세요. 지금 차곡차곡 쌓아놓은 것들이 다음번에 어떤 식으로 발현될지 저조차도 무척 기대가 돼요. 아마도 훨씬 아름답고 향기롭게 만개하지 않을까요.”

 

[2012년 08월호] 레이디경향 (2).jpg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 덕분에 스스로의 팬이 되다 
언제 어디서나 밝고 활기찬 모습으로 주어진 상황을 긍정으로 이끌어나가는 바다는 스스로는 물론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끔 만드는 묘한 힘을 가졌다. 마치 그녀가 ‘매드(Mad)’를 외치며 손가락을 찔러 돌리면 나도 모르게 그 유쾌함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처럼 말이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열정이 넘치는 편이긴 해요. 태어날 때부터 그랬던 것 같아요. 아마도 제가 그런 성향을 갖게 된 필연적인 이유가 있겠죠. 그건 사람들에게 기쁨과 활력을 주기 위해서가 아닐까요. 저는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뭐든 ‘진심’으로 해요. 심지어 화를 낼 때도요. 그러한 진심이 상대방에게도 전해지는 듯해요. 종합적으로 저는 재밌게 살려고 해요. 일을 할 때도, 사람들을 만날 때도, 스스로에게 말을 걸 때도. 그게 행복할 수 있는 이유니까요. 저는 아마도 그렇게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라는 소명을 타고났나 봐요. 용기를 낼 수 있게 만들고 감동을 주고 즐겁게 해주는 거죠.”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세상 어느 누구도 쉽게 갖지 못할 밝은 기운과 확신이 스며 있다. 어떤 상황과 어려움 속에서도 반드시 도드라지고야 마는 그런 특출난 재능이 그녀에게는 존재한다. 아마도 그렇기에 가수든 배우든, 무대 위의 그녀는 사람들의 시선을 단번에 빼앗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저는 스스로를 믿어야만 해요. 믿는다고 단정 짓는 게 아니라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이런 모습으로 살아가는 데는 저를 좋아해주고 믿어준 팬들의 힘이 커요. 누구나 들여다보면 복잡하게 얽힌 인생일텐데, 오로지 나를 위해 시간을 내고 마음을 내어 준 사람들이잖아요. 어떻게 보면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해주는 분들인데, 그분들 같은 마음으로 제가 자신을 응원하고 이끌어간다면 전 대단히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거예요. 그래서 저는 더 나아가 제 자신을 믿고 스스로의 팬이 되는 것으로 더 멋진 나를 만들어 팬들에게 돌려주려 해요. 이제는 받는 데 익숙해하지 않기로 했거든요. 해준 것에 대해서도 당연시하지 않고요. 관계란 서로 상호 교류하는 거니까. 그리고 그 안에 사랑이 있으니까요. 사랑이 존재하는 한, 관계에서 ‘당연’이란 말은 틀린 거예요.”

 

당당한 목소리로 말하는 그녀를 보며, 누구나 자신만만할 수는 있지만 확신을 갖고 행동하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란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한 사람이라면 반드시 앞으로의 행보를 믿어볼 만하다는 것도. 바다와 마주 앉아 지나온 시간에 대해 오랫동안 이야기했지만, 사실 진짜로 궁금하고 기대되는 건 앞으로 펼쳐질 무대다. 어쩌면 가장 아름다운 시기를 관통하고 있을 바다의 요즘. 그녀의 노래가, 그녀의 몸짓이, 그녀의 말 한마디가 어느새 심장을 적신다.

 

글 이연우 기자

사진 안진형(프리랜서)

장소 협찬 서울팔래스호텔(02-532-5000)

스타일리스트 김하늘

의상 협찬 이상봉(02-553-3380), 엠쥬(02-3446-3068)

헤어&메이크업 유진, 성미현(W퓨리피, 02-549-6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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