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4년 ‘전직 요정’ 슈 “사람을 얻어 행복하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입가에는 미소를 띠고있었지만, 고갯짓은 꽤 단호하다. 가수 슈는 1997년 그룹 S.E.S로 데뷔해 2002년 해체될 때까지 ‘가요계 요정’으로 수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지금은 그야말로 걸그룹 전성시대. 지금 데뷔해서 이들과 경쟁할 생각은 없냐고 묻자 “그럴 자신은 없다”고 말했다. 인기와는 좀 멀어졌지만, 마음은 편해 보였다.

“2002년 S.E.S 해체 후 국내에서는 새로운 도전을 하기가 부담스러웠어요. 그래서 일본으로 갔죠. 전에는 모든 걸 매니저 오빠들이 해줬는데 큰 짐 가방을 들고 혼자 갔더니 서럽더라고요.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가족도 친척도 없어요. 더 외로워질까봐 휴대폰도 만들지 않았어요.”

일본에서는 온전한 홀로서기였다. 대신 그때 만난 배우들에게서 큰 깨달음을 얻었다.

“일본 연예인들은 주위를 의식하지 않고 자기 삶을 즐겨요. 뮤지컬 ‘동아비련’에서 호흡을 맞췄던 ‘V6’의 멤버 이노하라 요시히노는 지하철을 타고 다니고, 거리의 부랑자들과도 거리낌 없이 대화를 나눠요.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모리야마 미라이는 휴대폰이 없어서 매니저들이 팩스로 연락을 하죠. 그가 휴대폰 없이 지내는 이유는 자기의 삶을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래요.”

홀로서기를 통해 한결 성숙해져
슈도 그룹 활동 당시에는 은행 ATM에서 돈을 찾는 것도 못했다고. 지금은 주거래 은행을 만들어 환율 우대도 받고, 적금으로 모은 돈으로 한국에 집도 마련했다. 엔화 약세 때 일본에 집을 사두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할 정도로 재테크에 밝아졌다. 홀로서기를 통해 성숙해진 그녀는 인기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사람의 소중함을 더 깊이 체감하고 있다.

8년 만에 내놓은 싱글 앨범에도 사람 냄새가 묻어난다. 타이틀곡 ‘자기밖에’는 슈다운 음악이다. 변신을 해보려고 전자기타도 배웠지만 슈답지 않아서 그만뒀다. 대신 20, 30대가 공감할 수 있고 오래 들을 수 있는 음악으로 정했다. 농구선수 임효성과 열애 중인 그녀의 마음과 가사가 딱 떨어진다.

또 다른 수록곡 ‘위드 미’는 바다와 유진이 참여해 S.E.S 팬들에게는 더욱 남다른 트랙. 세 명이 지난해 크리스마스이브에 12시간 동안 녹음한 곡이다. 배달시킨 피자를 먹다가, 노래하다, 좀 쉬면서 라면도 끓여 먹으며 작업을 마쳤다.

“데뷔 10주년 때도 그렇고 함께 노래하자는 생각은 갖고 있었는데 기회가 없었어요. 오래간만에 모이니 즐겁기도 하고, 서로를 굉장히 잘 아니까 파트를 나누고 가사를 정리하는 것도 디렉터 없이 우리끼리 척척 했죠.”

당시의 인기가 그립지 않느냐는 질문에 슈는 “사람을 얻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대신 요즘 아이돌 그룹들에게는 마음에 와 닿는 조언을 남겼다.

“인기는 있다가도 없어지는 거잖아요. 그걸 알아야 하고, 상황에 따라 빨리 대처하는 능력도 키워야하죠. 돈이나 인기를 좇으면 인생이 허무해져요. 그러한 것들을 초월하는 마인드컨트롤도 중요해요. 주변에 의존하기보다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데 제가 그런 게 부족했어요. 스스로 다스리고 해결해야 하는 방법을 미리 알았으면 좋겠어요.”

글 박은경(스포츠칸 문화연예부 기자) I 사진 제공 시금치뮤직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