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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미녀는 괴로워>, 그 배우의 이름 최성희

무대를 장악하는 멋진 미녀 배우가 등장했다. 뮤지컬 <미녀는 괴로워>에서 최성희는 미녀’와 ‘배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오래도록 마음에 품어왔던 열정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지난 10년 동안 갈고닦은 비수를 꺼내든 그녀는 빛나는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가수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2008년 12월호] 무비위크.jpg

 

연일 매진이다. 대극장 객석이 꽉 찼더라.
정말 꿈만 같다. <미녀는 괴로워> 속의 진짜 제니가 된 기분이랄까.(웃음)

 

관객들 반응에 배우로서 인정받았단 느낌도 많이 들 것 같은데.
관객들의 시선이나 반응에 그렇게 신경 쓰지 못한다. 그게 못 느끼고 있는 건지, 영원히 신경 쓰지 못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아직까지 객석의 환호는 철저히 극 안에서의 박수라고 생각한다. 사실 최성희란 사람에 대해 배우로서 아군이 많았다고 생각지 않는다. 지금 <미녀는 괴로워>를 향한 관심은 모두 우리 팀에 대한 것이다. 고생이 많았다. 무대에 올리기 직전까지 수정을 거듭했다. 나로서는 그 안에서 에너지를 발산하지 못할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좋아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노래도 노래지만 연기에 대한 평이 굉장히 좋다.
<미녀는 괴로워>를 하면서 가장 신경 쓰는 건 ‘연기’다. 근데 이게 막 잘하려고 애쓰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하는 거다. 배우로서의 자아를 가지고 연기하는 거니까. 요즘 주변에서 연기에 대해 많이 칭찬해 주시는데, 깜짝 놀랐다. 그리고 고마웠다. 사실 연기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면 서운했을 거다. 그게 아니어서 다행스럽다.

 

가수 역할이기 때문에 안고 가야 하는 부분과 깨뜨려야 하는 요소가 동시에 있을 것 같다.
연기를 함에 있어서 늘 날카롭게 할 필요는 없지만, <미녀는 괴로워>는 센 날이 닿아도 되는 작품이었다. 가수라는 이름으로 희석되지 못했던 부분이 해소되는 것 같다. 한별로서가 아니라 최성희에게 가수 이미지 때문에 내 안의 것을 떨쳐낼 수밖에 없었던 시간도 있었다. 간단히 말할 문제가 아닐 정도로. 하지만 연기를 향한 열정은 내 진심으로 밝혀질 거라 생각했다. 때를 기다렸다. 작품을 만나면서 다듬어지는 거니까. 대부분 내가 한별 역을 맡은 게 가수라는 성격과 맞아서라고 생각하지만, 그게 아니다. 그럼 가수 역할만 하게. 난 배우로서 한 역할을 맡은 거고, 가수란 것을 넘어서야 하고 극복해야 한다. 그래서 더 기대가 된다. 수많은 여배우가 하고 싶어했던 작품이다. 타당한 기회가 오지 않고서야 ‘단지 가수 역할이 이미지가 맞아서’ 선택하진 않았을 거 아닌가.

 

영화를 뮤지컬로 옮긴 작품이다 보니 비교하는 질문도 많이 받겠다.
사실 나는 아예 인식이 없다. 왜 그런 질문을 하는 줄도 몰랐다. 김아중 씨가 했던 역할이라 부담스럽지 않느냐고 많이 묻는데, 신경이 안 쓰였다. 근데 기사엔 또 ‘김아중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이렇게 나던데.(웃음) 그게 아니라 각각 독립된 다른 작품이니까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거다. 만약 김아중 씨가 이 무대에 섰다면 영화에서의 연기와 또 다른 연기를 보여줬겠지. 나도 마찬가지고. 초콜릿과 핫초코가 엄연히 다른 맛을 가지고 있듯이, 소재가 같다고 해서 다 똑같은 색을 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색이 강한 사람이다. 예쁜 여주인공이 아니라 연기파 배우가 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영화랑 다르게 해야지 하는 마음은 없다. 한별은 내 안에서 자연스럽게 지층이 형성되어 만들어진 캐릭터다.

 

반갑다. 장르적 특성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는 거니까.
뮤지컬 <미녀는 괴로워>는 영화와 완전 다르게 만드는 걸 목표로 했고, 그걸 달성했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거다. 영화를 많이 각색하지 않은 상태에서 만들다 보니 한계에 부딪히기도 하고. 무비컬이란 장르가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선 무대에서 작품을 어떻게 구현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사람들이 <미녀는 괴로워>를 통해 “무비컬의 꽃을 피웠다”고 하더라. 그게 참 좋다.

 

그런 고민을 거쳤다는 게 참 고마운 거다.
무대 올라가기 직전까지 많이 고쳤다. 내가 해온 작품들이 진짜 하드코어였다. 이번 작품도 정말 공부가 됐고, 작품마다 다 난이도가 있겠지만 배우로서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마인드는 지난 네 작품으로 많이 배웠다고 생각한다.

 

<페퍼민트> <텔미 온 어 선데이> <노트르담 드 파리>에 이르기까지 초연작에만 출연했다.
새로운 거, 도전하는 게 좋다. 남들과 다른 걸 원한다. 내 본능이 그렇다. 어려운 길을 많이 가는 편이다. 본성이 그런지라 어쩔 수 없다. ‘나’니까 할 수 있는 거, 다른 사람이 나서지 못하는 걸 내가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좋은 마인드다.
배우로서 좋은 자세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감당하기 어렵고 미안한 부분도 많다.

 

아무래도 스스로 혹독히 잡고 가는 게 생기겠다.
배우라는 길 자체가 쉬운 게 아니지 않나. 나 같은 경우엔 그들 안에서 남다른 경쟁을 해야 하고. 가수였다는 선입견을 누가 깨주는 게 아니지 않나. 솔직히 시달린 적 많다. 근데 주변에서 많이 도와준 덕분에 이젠 이방인이란 기분이 들지 않는다. 가수를 하면서 난 늘 ‘가수 역할을 맡은 배우’라고 생각하며 활동해 왔다. 언제고 배우를 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가슴속에서 “난 배우야, 언젠가 내 본능을 보여줄 거야”라고 다짐했다. 오랫동안 품은 꿈이기 때문에10년간 갈아온 내 칼이 날카롭지 않을 수 없다는 자신감이 있다.

 

배우로서 정점을 찍었단 느낌이 드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에 의미가 있는 역할만 골라왔다. 자아를 성장시키기 위해서 운명과 관계된 작품만 한 것 같다. <미녀는 괴로워>도 그런 역할이지 싶다. 시각적으로도 “바다가 미녀네”라는 반응, 이거 정말 새로운 경험이다. 감사하다, 정말.(웃음) 덕분에 무대에 100퍼센트 자신감을 갖고 오른다. 살은 빠지고 힘든데 사람들이 예뻐 보인다고 하더라. 기분 좋았다.


돌고 돌아 지금 이 자리에

처음부터 가수가 아닌 배우를 꿈꿨다고 들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연기를 전공했고 당연히 배우를 꿈꿨다. 그러다 학비를 지원해 준다고 해서 가수가 됐다. 그리고 노래를 하면서 예쁘게 다듬어졌다. <미녀는 괴로워>의 제니처럼 사랑받고 좋은 대우를 받으며 말이다. 그런데 나는 사실 한별 같은 사람이다. 누구든 내면의 초라함을 자신은 알고 있을 거다. S.E.S.를 하기 전 나는 정말 시골에서 배우를 꿈꾸던 아이였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오만 가지 생각을 다해봤다. 그래서 고민도 많았고. 근데 막상 무대 위에선 자연스레 나온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느끼는 대로 얘기한다. 그게 진짜 하고픈 이야기일 거고. 우리 작품이 아주 상업적인 뮤지컬이지 않나. 주변에서 “너무 재밌다”고 그런다. 그 재미를 위해서 정말 땀을 바가지로 쏟는 노력을 한다. 그리고 이게 다 관객들에게 전달된다는 느낌이 든다. 내 기운을 가져갔어, 느꼈어, 그게 참 좋다. 다들 “받았다”는 얘기를 하더라. 무엇을 받아가는 건지 잘 모르겠는데.

 

배우 최성희의 진심이 아닐까. 한별의 긍정적인 에너지와 함께.
그런 것 같다. 에너지를 확 받아간다고도 하고, ‘열정적으로 살아야지’ 하는 기분을 느낀다고도 하더라. ‘나는 한별처럼 저렇게 열심히 살고 있나?’라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고. 작품 속의 나와 내 안의 자아가 만났을 때 관객들에게 진실을 전하는 코드가 만들어지는 것 같다.

 

그동안 쌓아온 것들이 있으니 가능한 게 아니었을까.
배우로서의 아집과 고집을 포기하지 않고 가지고 온 것을 칭찬하고 싶다. 기회를 만들어준 모두에게 감사하는 시간이었다. 가수가 된 나의 삶이 스스로 아이러니할 때가 많은데 그 감정을 드러낼 수도 없지 않나. 아무도 모른다. 어떤 고민을 품고 견뎌왔는지. 그러다 팬들과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모두가 내 노래에서 위로를 얻었다는 것이다. 그 얘기를 하면서 해답을 찾은 것 같다. 큰 희열과 감동을 느꼈다. ‘노래를 불러주었다’가 중요한 게 아니라 ‘위로를 했다’는 게 중요했다. 감정과 메시지를 전하는 전달자 역할을 하고 싶다. 직업이 가수여야 하나 배우여야 하나 그런 게 중요한 건 아닌데 그런 고민의 시간이 많았다.

 

사람들은 자꾸 경계 지으려고 하지 않나. 그러나 무의미한 순간들이 온다. 그걸 느낀 건가.
나는 그냥 노래하는 사람이다. <하얀 동그라미>란 작품을 하면서 가수의 기원을 접했다. 가수는 연극에서 극을 설명하는 역할이었지 않나. 그게 참 멋졌다. 아, 그래서 내가 가수 생활을 하면서도 가수란 역할을 맡고 있는 거라 생각한 거다. 스토리를 전달하는 메시지 전달자, 감정을 전달하고 위로하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연기에 대한 가치관이 확고한 것 같다.
서른을 바라보면서, 그게 뭐가 되든 제대로 정리를 해야지 싶었다. 한동안 가수들이 한참 이것저것 병행을 많이 하지 않았나. 사람들이 나는 곧 죽어도 가수라고 하는데 그걸 다 뿌리치려니 너무 기형적인 상황이 생기는 거다. 나에게 자연스러운 일을 남들도 자연스럽게 느꼈으면 했을 뿐인데. 오랫동안 품은 일에 다들 왜 이럴까 싶은 마음도 들고, 투정도 많이 부렸다. 그러면서 자꾸 가수 이미지만 점점 더 짙어지고.(웃음) 그러다 <텔미 온 어 선데이>부터 마음을 단단히 먹은 거다. 지금까지 자존심으로 버틴 게 크다. 이 인터뷰를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나에게서 노래하는 모습만 가져갈 필요가 없다. 연기에 담아내는 진심도 함께 가져가길 바란다.

 

배우 최성희의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나는 의지가 강한 사람이다. 연기파 배우로 거듭나면 어떨까 상상한다. <미녀는 괴로워>는 상업적 감각을 살리면서 장르에 충실한 작품이다. 일단 너무 재밌지 않나. 다음 작품은 예술적 코드가 있는 작품이면 좋겠다. 이번에 “연기 잘하더라”라는 얘기 들었을 때 제일 행복했다. 잘되는 작품을 찾아가는 게 아니라 내 안에서 무언가를 더 해볼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 사람들을 위로하고 감정을 전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 이유진 기자 ]  | 무비위크 | 2008.12.29 15: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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