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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호] 티켓링크 인터뷰.jpg

 

무대 위에서 진정성 드러나는 배우 되고 싶어요. - <노트르담 드 파리>의 바다

[티켓링크 이인선 기자]

 

뮤지컬 <페퍼민트>로 배우 데뷔를 했을 때,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다시 뮤지컬 무대로 돌아오기까지 4년이란 긴 시간이 걸렸는데, 이유가 있다면.

<페퍼민트>를 공연했을 때 뮤지컬 배우로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고 싶었지만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것 같다. 그때가 S.E.S. 활동을 마치고 솔로가수로 홀로서기를 하는 시기였는데, 그 기반을 다지기까지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제가 완벽주의자는 아니지만 가수로서 회사와 계약한 음반 발매 건도 있고 개인적으로 힘든 일을 겪기도 했다. 다행히 3집 앨범의 VIP와 올해 발표한 싱글앨범 <퀸>이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뮤지컬 무대에 설 수 있게 됐다. 이제부터는 가수뿐 아니라 배우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려고 한다.

 

안양예고에서 연극영화를 전공했다. 그때부터 배우의 꿈을 꿨던 것인가? 

어릴 때부터 어떤 형태로든 감정을 전달하는 작업을 하고 싶은 열망이 있었다. 고등학교 때 브레히트의 서사극 <코카서스의 백묵원>을 무대에 올렸는데, 그때 집시 역할을 했었다. 그때 정극에 많은 매력을 느꼈다. 노래를 하는 역을 맡을 땐 선생님들께서 뮤지컬을 해도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가수 활동을 하게 된 건 우연이었는데, 대학 등록금을 제가 마련해야 하는 상황일 때 마침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회사를 만나 S.E.S.로 화려하게 데뷔할 수 있었다. 가수 활동하느라 대학을 제대로 다니지 못했지만 좋은 계기가 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텔미 온어 선데이>와 <노트르담 드 파리>에 출연하게 됐다. 두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처음 캐스팅 제의가 왔던 <텔미 온어 선데이>는 너무 욕심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도의적인 차원에서 거절했었다. 싱글앨범을 발표하고 스케줄이 너무 많아져서 도저히 연습과 앨범 활동을 병행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이지나 연출가님이 언제 또 이런 작품을 할 수 있겠냐면서 재차 권유하셔서 출연을 결정했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준비를 많이 못한 채로 작품이 좋아 오디션을 봤는데,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고 너무 놀랐다. 하늘이 노랗더라. 음반활동만으로도 버거웠는데, 두 작품을 한다고 했으니 속으로 ‘나 미친 게 아닐까’ 생각했다.(웃음)  주위 분들과도 함께 고민을 많이 하기도 했지만, 굴러 들어온 보석을 어떻게 놓칠 수 있겠나. 부족하지만 인생에 기회라는 게 많지 않고 제게 주어진 운명이란 게 있다면 지금이 아닐까 싶었다. <텔미 온어 선데이>의 첫 공연을 마치고는 눈물이 나더라. 포기하려고 했던 것들을 어떻게든 하고 나니 내가 뭔가 해낸 거 같았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아직 뚜껑을 열진 않았지만 지금 가진 자신감으로 잘 해내고 싶다.  

 

힘들지는 않은가?

전에는 일이 많겠다는 상상만 했을 뿐인데, 막상 스케줄이 현실적으로 주어지다 보니 쉽진 않다. 연습 병행하는 일이 바쁜 것도 있지만 여러분들한테 이해를 구해야 한다는 죄송함에 마음이 힘들기도 했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그런 감정 갖는 게 더 힘든 일이지만 많은 분들께서 신경 써주시고 이해해주셔서 감사하고 있다. 아직 젊은데도 갑자기 일이 몰리면서 2년 치 일을 6개월에 하다 보니 살도 빠졌다. 순간 ‘1년쯤 더 늙겠는걸’ 하는 생각도 했다.(웃음) 

 

<노트르담 드 파리>의 웨인폭스 연출가님이 한동안 나의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더니 ‘행복하냐’고 물어보시더라. 몸이 피로해 그 땐 내가 행복하지 않은 줄 알았지만 뮤지컬 무대에 선 나는 너무 행복하다. 

 

두 작품을 막상 연습과 공연 해보니 어떤가? 서로 충돌하지는 않는가? 

<텔미 온어 선데이>는 노처녀의 심리를 따라가는 모노 뮤지컬인데, 삶을 반추하는 깊이 있는 모노 뮤지컬은 아니고 라이트하다. 그래서 더 어렵다. 게다가 아직 노처녀가 아니라 그 심리상태가 이해되지 않았지만 이젠 완전히 받아들였다. 신기하게도 <텔미 온어 선데이>와 <노트르담 드 파리> 모두 노래로만 된 작품이다. 하지만 대사가 아닌 노래로도 연기가 많이 필요하다. 이런 점은 두 작품이 닮았다. 

 

캐릭터 적인 면에서 보자면 고등학교 때 선생님이 심리체크 하신 적이 있는데, 그때 내가 다중인격으로 나왔다.(웃음) 선생님 말씀이 여러 모습을 소유하고 있다면서 배우로 좋은 면이라고 하시더라. 그 덕분인지 캐릭터의 충돌은 없다. 오히려 상호 보완되는 면이 있는 것 같다. 

 

<노트르담 드 파리>의 미니콘서트에서 보니, 집시여인 에스메랄다가 참 잘 어울렸다. 무대 위에서 어떤 에스메랄다를 표현하고 싶은가? 

제가 과장되게 표현하는 걸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몇 년간 수련이 필요한 역할이 아닐까 싶다. 노래가 어렵다거나 분량의 문제가 아니라 내면적인 수련이 분명히 필요한 역이고 그녀와의 완전한 이입과 이해가 가슴 속에 자리잡아야만 진정한 에스메랄다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방인이고 처음 당신에게 무릎 꿇고 기도 하는 날 보고 계신가요’ 하는 신과의 교감과 자기 고백이 있는 ‘아베 마리아’를 부를 때는 눈물이 한없이 흘러내린다. 16살의 연기를 해야 하지만 죽기 직전, 자신의 숙명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표현하는 것은 단기간에는 어려운, 여전히 풀어가야 할 숙제다. 그래서 파리도 다녀왔고 많은 분들께서 도와주시기도 했지만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2007년 10월호] 티켓링크 인터뷰 (1).jpg[2007년 10월호] 티켓링크 인터뷰 (2).jpg

 

보컬 트레이닝을 위해 파리에 다녀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음악감독님이 보컬 트레이닝을 위해 한국에 오셨었다. 1차 연습 때는 참여를 했는데, 강도 높은 2차 연습 도중 교통사고로 3일을 참여하지 못했다. 못다한 연습을 위해 파리로 갔다. 제가 동양인이라서 혹시라도 부족하게 드러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지 않을까 바꿔 말하면 동양인으로서는 에스메랄다가 처음이어서 더 신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좀 더 보강하고 왔다.  

 

파리에서는 무엇을 보고 느꼈나. 

영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에스메랄다가 눈떴던 파리의 공기나 느낌을 공유하고 싶었다. 물론 한국정서에 맞는 에스메랄다가 재 탄생해야 할 부분도 있겠지만 기본적인 느낌을 가지고 전달하는 게 순서인 것 같았다. 

 

가서 형언하기 어려운 기분을 느꼈다. 우연히도 내가 간 날이 노트르담 성당의 생일이었다. 기약도 없이 갔는데, 참 신기했다. 노트르담 성당에 새겨진 수많은 조각상들을 봤는데, 그곳에선 내가 정말 이방인이라는 느낌이 들면서 에스메랄다에 한 뼘 더 다가간 것 같았다.  

프랑스 오리지널 팀의 공연이 두 차례나 있던 터라, 라이선스 공연에 대한 부담감도 있을 것 같다. 

고민을 안 하면 문제가 생기지만 고민한다는 것은 또 방법을 연구한다는 것이니 그 안에 또 답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음악감독이신 미쉘 선생님도 기본적인 성량을 가르쳐 주셨지만 색깔에 대해서는 존중을 해주시더라. 동양인에게는 서양인에게 없는 색이 있으니 트레이닝이 끝날 즈음엔 자신감을 챙기라고 하시더라. 결국 무대 위에서 제가 보여줘야 하는 것은 흉내가 아니라는 거다. 처음엔 나 역시 에스메랄다는 에스메랄다여야만 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뭔지 모르지만 그 무언가는 조금 달라서 더 에스메랄다다워질 수 있다면 왜 안되겠는가 생각한다. ‘아. 저 것도 에스메랄다구나, 그렇게 느껴지는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자신 있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

무대에서 보면 라이브 감에 압도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DVD로 봤음에도 앙상블과 배우들이 어우러져 하나로 보여지는데, 거기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대단하더라. 연약한 한 여자를 중심으로 엮어지는 이야기와 무대의 아우라가 대단하다. 또 그곳의 모든 것이 치명적이고 의외성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뮤지컬도 그렇지만 원작인 빅토르 위고의 힘이 무척 크다.

 

본격적인 배우 생활이 시작되는 것 같다.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

항상 진실함을 무대 위에서 보여주고 싶다. <텔미 온어 선데이> 하면서 그런 점을 더 많이 느꼈다. 모노 뮤지컬이어서 무대 위에서 내려오는 시간도, 쉬는 시간도 없는데, 진실성이 고갈되는 순간 관객들이 늘어지더라. 내가 다시 채워서 가면 집중하신다. 한편으로 자신감도 생겼다. 내가 가장 힘든 시기에 근성과 열성만으로 한 작품이고 스태미너가 고갈된 상태에서 정신력으로 한 공연이라면 내가 좀 더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 충만해있을 때 한다면 더 잘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이야 말로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이자 감사한 시간이 아닐 수 없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말씀. 

노래 잘하는 배우, 연기 잘하는 가수가 아니라 가수일 때는 온전히 가수이고, 배우일 때는 완전한 배우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이번 무대에서 가수 바다가 아닌 뮤지컬 배우 최성희라는 이름을 확실하게 보여드리고 싶다. 열심히 준비한 만큼 좋은 모습 기대해주시기 바란다.

 

바다는 지난 힘든 시간과 지금의 행복한 순간을 소탈하게 이야기했다. 힘들었던 일이 떠오른 탓인지 에스메랄다가 부르는 ‘아베 마리아’를 이야기 할 때는 금새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배우가 되고 싶은 열망 때문에 故 이은주와도 코드가 잘 맞았다는 바다는 이번 무대에 대해 ‘숙명’이란 말을 여러 번 언급해 연기에 대한 갈증의 깊이를 가늠케 했다. 기다린 시간만큼 간절한 바다의 에스메랄다는 오는 10월 23일 김해문화의전당에서 막을 올리는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만날 수 있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내년 1월 서울로 무대를 옮겨 세종문화회관에서 막이 오른다. 

 

사진/ 류관희(스튜디오 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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