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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호] 인터뷰.jpg

 

# 배우의 이름으로 나를 찾다.

바다는 학창시절, 그다지 눈에 띄는 학생은 아니었지만 노래와 연기실력으로 예고에 진학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일찍 발견한 행운아였다. 집안이 어려워지면서 마침 한 연예 매니지먼트 회사에 소속 될 기회가 생겼고, 지금도 전설처럼 회자되는 아이돌 계의 '요정'으로 화려한 데뷔를 할 수 있었다. 그때로부터 어느덧 10년의 시간이 흘러, 깜찍하지만 예사롭지 않은 가창력을 선보이던 그녀는 자신의 기량을 보다 세련되게 대중 앞에 선보일 줄 아는 프로페셔널한 가수로 성장했다.

 

이번 여름, 바다는 80년대 풍의 짧은 퍼머 머리로 과감하게 변신을 감행하고 복고풍의 디스코 장르를 경쾌하게 조합한 싱글곡 'Queen'으로 화끈하고도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를 선보였다. 다소 촌스러운 느낌의 헤어스타일을 보고 놀라는 사람들의 반응도 잠시였다. 비주얼 면에서 그저 예쁘게 나오고 싶어할 법한 다른 가수들과는 확실하게 차별화되는 그녀만의 행보. '바다니까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은 어느 정도 수긍을 하는 분위기다. 자신을 보다 아름답게 꾸미고, 그것으로 대중의 눈길을 한 번 더 잡아두기 보다 음악적 컨셉과 필요에 따라 자신은 얼마든지 변신이 가능하다는 점을 인식시킨 것. 바다는 자신의 음악과 무대에 그만큼의 자신감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감히 실행하기 어려운 일을 했고, 대중에 끌려 다니기보다 대중에게 인정을 받는 길을 선택함으로써 화려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그런 그녀의 열정은 이제, 4년 전 성공적으로 데뷔한 바 있던 뮤지컬 무대로 옮아간 듯 하다. 10년 전 바다가 꾸었던 꿈은 가수가 아니라 배우였던 것. 20대 후반은 주위 사람들의 반응에 어느 정도 초연할 수 있고, 주변상황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며, 자신이 원하는 것에 대해서도 직시할 줄 알고, 현실적으로 욕망해나갈 줄 아는 나이다.

 

바로 그 시점에서 바다는 자신의 인생을 또 한 번 뒤흔들어보겠다고 작정한 듯 하다. 싱글 곡 'Queen'으로의 활동이 막바지에 접어들 무렵, 그녀는 뮤지컬 <텔미 온어 선데이>의 '데니스' 역으로 트리플 캐스팅되었다. 김선영, 정선아라는 쟁쟁한 뮤지컬계의 스타들 가운데 바다는 단단히 그 중심에 섰다. "고등학교 때 꿈이 배우였어요. 올해로 데뷔 10년이 되었는데요. 10년 후에는 꼭 나의 꿈을 이루겠다고 생각해왔어요. 지금이 바로 그 적절한 시기라 생각을 했던 거고요. 진정한 배우로 거듭나야겠다는 마음이 아주 절실하게 들어요."

데뷔 10년, 실력 있는 중견가수의 대열에 합류한 바다가 뮤지컬계의 '퀸'으로 화려하게 등극했다. <오페라의 유령> <캣츠> <에비타> 등을 작곡한 뮤지컬계의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최신 히트 뮤지컬 <텔미 온어 선데이>에서 바다는 '브리짓 존스'를 연상시키는 독신 여성의 사랑과 이별을 무대 위에서 절절하게 표현해 낸다. 1시간 30여분 동아느 인터미션이나 잠깐의 퇴장도 없다. 주인공 '데니스' 외에 그 어떤 등장인물도 나오지 않는 모노드라마 형식의 뮤지컬이기 때문이다.


<텔미 온어 선데이>는 '막간'이 없는, 대중에게는 다소 생경한 모노 드라마 형식의 뮤지컬이다. 1인극인 탓에 다른 연기자들과는 호흡을 통해 다소 쉽게 '묻어갈' 수 있는 부분 또한 없다. 혼자서 공연 전반을 지루하지 않게 이끌어 나가야할 뿐 아니라, 관객들과 1대 1로 호흡하면서 그들을 극에 몰입시켜야 하는 막중한-어찌 보면 과중한(?)- 임무를 지그마한 체구의 그녀 혼자서 도맡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무대 위에서 그야말로 '가식 없는' 땀을 흘리는 바다의 모습을 그녀의 아이돌 시절을 선명히 기억하는 '동세대인'으로서는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스태프들이 너무 잘 챙겨주기 때문에 컨디션 조절은 크게 어렵지 않아요. 몸에 좋은 보양식도 챙겨먹고, 틈틈이 시간이 나면 간간한 운동 하면서 체력을 보강해나가고 있고요. 제일 중요한 것은 '스태미너'라고 생각해요. 관대한 관객을 만나 내가 소모되지 않고 채워지는, 그런 공연을 할 수 있는."

 

그녀 역시 부담감은 있다. 비록 4년 전이지만 뮤지컬 무대에 서는 것이 처음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는 단순히 가수로서의 스타성에 기댈 수도 없고, 설령 그럴 수 잇다고 하더라도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그녀 자신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그녀의 티켓파워는 유효하지만, 가수로서가 아닌 배우로서의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굳이 공연장까지 그녀를 보기 위해 찾아줄 관객은 많지 않은 것이다. "솔직히 부담감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나 혼자' 무대에서 관객들과 호흡을 맞춰야 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어요. 부담감 또한 컸고요. 하지만 답은 하나라고 생각해요. 무대 위에서 내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관객들에게 직접 보여주는 것."

 

S.E.S. 멤버들이 바다를 필두로 모두 뮤지컬 무대에 섰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실제 올 초 뮤지컬 <댄서의 순정>으로 성공적으로 데뷔한 유진은 쇼케이스 때 가진 기자회견에서 "S.E.S. 멤버들의 격려가 큰 힘이 되었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텔미 온어 선데이>의 제작발표회 자리에서 기자들 앞에 선 바다는, 자신을 '뮤지컬 배우 최성희'라고 소개하면서 세간의 술렁임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단순히 한번 해본다는 마음이 아닌, 굳은 각오와 남다른 애정으로 공연에 임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뮤지컬만의 매력은, 나의 노래와 춤, 연기를 관객에 게보다 가까운 자리에서 선보일 수 있는 점이 아닐까 싶어요. 어차피 뮤지컬 배우 최성희와 가수 바다는 같은 사람이에요. 다만, 최성희라는 이름으로 무대에 섰을 때는 배우의 모습으로, 바다로 무대에 섰을 때는 가수의 모습으로 각각의 역할에 맞는 영역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죠. 배우든 가수든, 관객 앞에서 '나'를 보여줘야 한다는 건 같아요. 그렇게 때문에 배우 최성희와 가수 바다의 궁극적인 목표는 같다고 생각해요." 행후 10년 뒤로 예정된 자신의 모습 또한 명쾌하다. "가수와 배우 두 가지를 멋지게 해낼 수 있는 사람이죠. 그 외에는 아직 생각해 본 게 없어요."

 

[2007년 11월호] 인터뷰 (1).jpg

 

# 바다가 들려주는 뉴욕 스토리

<텔미 온어 선데이>는 데니스라는 20대 후반의 영국 여성이 가슴 아픈 실연을 경험하고, 그 충격을 벗어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뉴용행 비행기를 타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싱글들을 위한 모든 것이 구비된 것처럼 보이는 화려한 뉴욕. 극중 데니스의 환상은 국내 많은 여성들이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를 통해 갖는 뉴욕에 대한 환상과도 맞물려 친숙한 느낌을 준다.

 

자아를 발견하고 새로운 사랑도 발견하고자 향한 뉴욕에서 데니스는 세 명의 남자를 찰로 만나게 된다. 첫 번째 남자는 만나려면 비서와 스케줄을 잡아야 할 정도로 늘 바쁜 할리우드 최고의 연예 기획사 간부. 가수 지망생인 데니스를 성공시켜주겠다고 유혹하지만 결국 엉뚱한 욕심만 채우고 떠난다. 두 번째 남자는 우연히 만나 알게 된 데니스에게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일곱 살 연하의 사진작가로 헤어짐 또한 일방적이고 급작스러웠다. 세 번째 만난 남자는 조건으로나 외모로나 완벽한 데니스로 하여금 결혼을 꿈꾸게 만들었지만, 특유의 현실적인 성향으로 인해 결국 다른 여자와 결혼하면서 그녀를 배신한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영국에서 수시로 전화와 이메일을 주고받는 귀여운 엄마와 사랑스러운 친구들이 있다. 데니스는 그네들과의 수다를 즐기고, 계속되는 사랑의 시련과 아픔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다. 외로움이 많아 한번 사랑에 빠지면 자신이 언제 이별의 슬픔으로 힘들어했냐는 듯 상기된 얼굴로 일방통행 연애에 올인 하는 그녀는,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일반적인 독신 여성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데니스와의 만남을 바다는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무척 자조적인 면이 있는 여자이면서도, 귀엽고 솔직한 모습이 사랑스러운 여자죠. 친구들도 좋아하고 부모님도 사랑하는. 은근히 사람들에게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해요. 내가 보기에 본인은 능력 부족이지만.(웃음) 데니스는 삶을 잘 연결해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고, 어려운 시련도 지혜롭레 헤쳐 나가는 용기를 가진 씩씩한 캐릭터예요."

 

데니스를 힘들게 했던 세 명의 '나쁜 남자들'은 각각의 유형별 특징을 명확히 세분화해 가지고 있는데, 일명 성공남과 연하남, 현실남 가운데 현재 바다는 어떤 유형의 남자에게 끌리는지 물어보았다. "타일러 킹처럼,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남자가 제일 끌리는데요?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이라면 사랑 또한 멋지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최신작답게, 이 뮤지컬은 주연 여배우의 미니 콘서트라고 해도 좋은 만큼 노래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거의 모든 대사와 감정을 노래로 전달하는 <텔미 온어 선데이>는 어쩌면 바다에게 딱 맞는 맞춤옷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른 한 곡에 달하는 이번 뮤지컬의 넘버들 가운데 그녀가 관객들에게 가장 자신 있게 '강추'할 만한 곡은 어떤 곡일까? "일단 주제곡이기도 한 'Tell me on a Sunday'를 부르는 장면이 가장 좋아요. 공연의 가장 하이라이트라고 해야 하나? 자기 자신을 위로하면서 부르는 아름다운 곡이에요. 'Tell me on a Sunday'란, 한때 사랑했던 연인이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이별의 말은 일요일에 건네요.'라는 의미죠. 왠지 부를 때마다 가슴이 뜨거워져요. 그리고 또 하나의 명장명은, 내가 생각할 때 극중 엄마가 보내준 비디오 테이프를 보면서 어릴 적부터 현재까지의 자기 모습을 회상하는 장면이에요."

 

20대 후반에 선 시점에서, '가수 바다'라 할지라도 뜨겁게 사랑하고 그 사랑에 아파 본 경험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사랑에 빠지고 또 금방 실연당하는 처지에 놓이는 데니스를 연기하며 눈물을 흘리는 바다의 모습은, 섹시하고도 중성적인 매력을 선보였던 기존의 이미지를 깨고 인간적이면서도 진실된 여성미를 풍겨 이채롭다. 그녀도 데니스처럼 실연을 당해 실제 눈물을 흘려본 경험이나, 사랑에 빠져 짧은 기간 다른 것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만치 몰입했던 기억이 있었을까? "내가 겪은 비슷했던 경험들을 떠올리면, 물론 연기하는 데 있어 많은 도움이 돼요. 데니스라는 인물도 나처럼 비슷한 생각과 행동들을 하는구나 싶고요. 그래서 배역에 조금 수월하게 접근하고 몰입하는 점도 있어요. 누구든 똑같겠지만, 가수로 살아온 10년 동안 스스로 정신적으로도 성숙해졌다고 느끼느 면도 있고요."

 

3집 <Made in Sea>를 발매했을 당시 가졌던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바다는 "스타의 자리는 잠깐 빌려서 타는 스키와 같다"고 비유한 적이 있다. <텔미 온어 선데이>에 이어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여주인공 '에스메랄다' 역으로 전격 발탁된 그녀는, 앞으로도 꾸준하게 뮤지컬 무대를 통한 관객들과의 만남과 소통을 예정하고 있다. "대중들에게 눈으로만 보이는 가수가 아니라, 마음으로 같이 느끼고 행동하는 가수이자 뮤지컬 배우로 남고 싶다"는 그녀의 말은 진정한 자신의 길을 찾은 사람의 의미심장한 코멘트였다.

 

뮤지션으로서의 욕심을 한껏 담아낼 것으로 보이는 정규 4집 또한, 내년 상반기 발매를 예정하고 있다. 푸른 바다의 넓고 깊음만큼, 그녀의 욕심 또한 아직 온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듯 하다.

 

에디터 임월존아 | 사진제공 클립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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